경찰, 8개월간 729건 검거
피해 절반이 청년층… 빌라가 66%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청년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상당수가 신축빌라(다세대주택)에 입주한 이후 사기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가 발생한 주요 지역도 2030세대가 주로 거주하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나 인천 미추홀구, 경기 동탄신도시 등에 집중된 모습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5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벌여 총 729건, 2188명을 검거해 209명을 구속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면 2030세대에 집중됐다. 연령별 피해자는 20대가 18.1%(308명), 30대가 33.4%(570명)로 절반 이상이 저렴한 원룸에 사는 2030세대에 집중됐다. 피해금액도 2억원 이하가 71.1%에 달했고, 피해주택 중 66.2%는 다세대주택(빌라)이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2030세대가 선호하는 신축빌라(다세대주택)를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신축빌라는 거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정 전세가격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는 부동산 거래를 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적정 전세가격을 알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범죄 유형별로 보면 허위 보증·보험이 1198명(구속 1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무자본·갭투자 420명(33명 구속) △공인중개사법 위반 290명(8명) 등이었다. 해당 전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거래 경험이 있었다면 계약 전 문제점 파악이 일정 부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30세대에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되다 보니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피해사례가 발생했다.
대표적 사례가 전세사기로 얼룩진 인천 미추홀구에선 최근 두달 새 전세사기 피해를 본 20대, 30대 청년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가 파악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3000세대가 넘는다. 원도심인 미추홀구는 인천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다. 여기에 특히 1∼2개 동으로 이뤄진 소규모 아파트·빌라가 몰려 있는 지역적 특성이 맞물리면서 미추홀구는 전세사기가 활개 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됐다.
서울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한 대표 지역인 강서구 화곡동도 마찬가지다. 화곡동은 서울 안에서도 주거비용이 저렴한 데다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이점으로 젊은층 1~2인 가구에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전세사기를 노린 이른바 '꾼'들이 화곡동에서 수백채, 수천채의 빌라를 사들여 전세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전세사기를 당하는 경우 임차인 스스로도 등기부등본도 못 보고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 과정에서 임차인을 보호할 다양한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계약을 할 때 보증보험을 의무화하고 보증보험을 가입해야만 잔금을 처리하게 서비스를 바꿔야 한다"며 "단순히 2030세대에게 알아서 예방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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