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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중단으로 부실 떠안을라" 금융사도 난감 [전세사기 피해 대책 실효성 논란]

채권 정리 늦어질땐 배임 소지
금융권 "근본적 재기 돕긴 어려워"
LTV·DSR 규제 완화 조치에도 피해자 "빚내서 급한불 끄기" 반발

"법원 경매를 진행해서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게 늦어지면 배임 소지가 있다."

전국적으로 번진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금융권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자 부담을 낮춰주거나 법원 경매를 연기하는 식으로 피해자의 근본적 재기를 돕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피해자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세금을 들여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집단 전세사기 사건의 여진이 지속되자 금융당국과 업계는 제각기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유예하도록 은행 등 금융사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여전사 등 금융사들도 저마다 피해자에게 저리대출을 공급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응방안이 피해자들이 빚을 더 내서 급한 불을 끄게 하는 데 집중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TV·DSR 등 규제가 완화돼 피해자들이 당장 필요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추후에 상환하고 이자를 부담하는 것은 오롯이 피해자들의 몫이다. 경매를 연기하더라도 최대 4개월이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모호한 효과에 비해 비용은 많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경매중단 조치도 금융사가 부실을 떠안을 위험을 안고 있다. 경매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연체가 길어져 부실채권이 되고, 이에 금융사는 더 싼값에 부실채권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빌라 등 다세대주택 가격은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서가 있다면 원금이야 대위변제를 청구해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겠지만 이자는 연체로 남아버리면 회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이율로 피해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또한 금융사에는 일종의 '손실'이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

개인이 사기로 피해를 본 일은 뒤로한 채 집단적으로 피해를 본 사례만 구제해주면 추후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국가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