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
촘촘한 입법지원 시스템 위해 '입법영향분석' 제도화 할 것
본지 '法·정책 아이디어' 공모
'입법 및 정책 제안대회' 확대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24일 국회내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현안 인터뷰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반드시 좋은 법을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박상철 신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24일 국회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입법조사처의 역량이 강화되면 그만큼 국회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균관대 법학과, 동 대학원 법학 석사 및 박사를 거쳐 1998년부터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해온 박 처장은 지난 7일 국회입법조사처장에 취임했다. 박 신임 처장은 "헌법학자로서 국회입법조사처장을 하는 것은 로망이었다"며 과감히 교수 휴직계를 낸 이유를 밝혔다. "선거제 개편을 비롯한 정치개혁과 개헌이 현재 국회의 가장 큰 임무인 만큼 그간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 처장은 개헌과 국회 기능 강화는 필연적으로 엮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의의 심판을 잘 받을 수 있는, 견제받는 대통령제로 가자는 것이 개헌의 방향이다. 그 일환이 국회의 기능 강화"라며 "헌법 전문 하나를 바꾸는 것으론 안 된다. 허술한 입법 지원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종종 위헌판결을 받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국회의원만 탓할 일이 아니다. 입법조사처 조직이 좀 더 빠르게 발전해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회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졸속·과잉 입법 논란에 대해선 "법안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제대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에 대한 반발심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이 조사처에 와서 보다 적극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촘촘한 입법지원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구체적 방법론으로는 '입법영향분석' 제도화를 내놨다. 유럽의회조사처(EPRS)를 참고해 △국회도서관, 상임위원회 등 입법지원기구와 협력체제 강화 △사전·사후·규제영향평가 등 기능별 조직 신설 △사후적 영향 평가 강화 △입법 지원 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할 방침이다. 박 처장은 오는 8월 네덜란드를 찾아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주관하는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조사처의 전문성과 조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박 처장은 국민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정책제안을 국회의원 입법으로 연결시키는 루트에 대해서도 "입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관련 센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며 조사처와 파이낸셜뉴스 공동주최의 '입법 및 정책 제안대회' 확대 의지도 밝혔다.
올해 9회째를 맞는 제안대회는 그간 국민의 크고 작은 정책 아이디어를 입법안으로 연결시키는 소통과 정치 참여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한편 박 처장은 조사처 임직원에게 '소신껏 연구하라' '놀면서 일하라' 두 가지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법은 정치의 영역이 아닌 과학의 영역인 만큼 여야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연구하고 관계기관, 언론과도 접촉면을 늘리면서 자유롭게 일하라는 의미다. 박 처장은 "거짓말을 하고, 고정적인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은 과학의 정신이 아니다"라며 조사처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기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일각에선 박 처장이 김진표 국회의장 후원회장을 지냈으며, 야권 계열 후보로 정치권에 도전한 적이 있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박 처장은 "취임 후 오히려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일 먼저 만났다"며 정책적 유연함을 강조한 뒤 오히려 정치권과의 스킨십이 자신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중립성 확보를 위해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충실히 조사·연구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보조하고, 이를 통해 법의 최종 목표인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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