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근무를 하며 전국 600개 무인주차장 이용자들을 상대한 콜센터 직원이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부터 콜센터 시스템 운영 대행업체에 파견돼 약 7개월간 상담원으로 근무했다. 그의 주 업무는 약 600개 가맹업체의 무인주차장 관련 전화문의에 응대하는 것이었다. 3교대 석간조에 속한 A씨는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근무했다. 저녁 시간 1시간 외 휴게시간은 없었고 별도의 휴게장소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2019년 9월 사업장 인근에서 식사 중 쓰러졌는데 반신 마비와 실어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병원에서 '뇌 기저핵 출혈' 진단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거부됐고,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A씨 청구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A씨의 병은 개인적 요인이 자연적 경과에 따라 악화함으로써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A씨 업무가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의 업무 강도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당시 근무한사업장이 업무 강도가 높고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A씨의 근무 강도와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비록 A씨의 기저질환인 고혈압을 주된 발병 원인으로 보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고혈압과 겹쳐서 뇌출혈을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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