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힘 없는 상태 의욕만으론 질환 유발
무릎 시큰거리고 통증 있다면 진단받아야
족삼리, 양릉천에 침, 근육과 인대 풀어줘
[파이낸셜뉴스]
#. 봄맞이 등산 중 다리가 후들거려 난감했던 A씨(57). 부실한 하체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출근길에 11층 사무실까지 ‘계단 오르기’ 운동을 시작한다. 매번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다리에 부하가 느껴졌지만 마음만은 보람찼다. 하지만 두 달쯤 지나자 계단을 오를 때면 무릎에서 시큰거리고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잠깐의 근육통이라 여겼던 통증은 점차 더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는 무릎 관절염 초기 진단을 받게 된다. 관절염이 있으면 계단 오르기 운동이 오히려 무릎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들은 A씨는 계단 오르기를 멈추고 관절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국내 최고층 빌딩에서 ‘수직 마라톤’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층부터 123층 전망대까지 계단을 오르는 이번 대회에는 남녀노소 불문 약 2000명이 참가해 자웅을 겨뤘다. 우승자는 2917개의 계단을 19분 46초 만에 완주했으며 81세의 고령 참가자도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계단 오르기는 시간과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집과 회사, 지하철 등 계단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헬스장에서는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는 스텝밀 머신이라는 운동 기구가 ‘천국의 계단’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 정도다.
실제로 계단 오르기는 하체 근육 강화에 효율적인 전신운동이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 칼로리 소모량이 높고, 몸 전체 근육의 60~70%를 차지하는 허벅지 근육을 단련시켜 근육량 유지와 무릎 관절의 부담 감소 효과가 크다. 또한 발을 높은 곳으로 디디는 과정에서 척추를 바로 세우게 돼 허리와 엉덩이 근육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계단 오르기는 심폐 기능 향상에도 탁월하다. 계단을 오를 때는 평지를 걸을 때보다 심장이 혈액 속 산소와 영양분을 전신으로 보내기 위해 빠르게 뛰며 호흡이 증가한다. 실제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10층 계단을 일주일에 두 번만 올라도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이 20% 줄어든다고 한다. 이외에도 체중 감량과 당뇨병 예방, 균형감각 향상 등의 부가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미 무릎 관절 힘이 약해진 상태에서 의욕만 앞선 계단 오르기는 자칫 관절에 무리가 돼 관절염과 같은 무릎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운동을 멈추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에 나서야 한다.
특히 무릎 관절염 환자의 대부분이 A씨와 같은 중장년층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50세 이상 무릎 관절염 환자는 298만3889명으로 전체 환자(317만2018명)의 약 94%에 달한다. 나이가 들수록 무릎 주변 조직이 약해지는 만큼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방에서는 무릎 관절염 치료를 위해 침·약침치료와 한약 처방, 추나요법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족삼리, 양릉천 등 무릎 주변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아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또한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치료는 염증 해소와 신경 보호에 효과적이다. 더불어 무릎 연골 손상 부위의 회복을 촉진하는 숙지양근탕과 같은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관절염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관절염에 대한 약침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을 유발한 쥐에게 척추·관절 치료에 널리 활용되는 신바로약침을 3주간 투여한 결과, 비투여군에 비해 염증유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E2' 생성이 60.59%나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뼈를 구성하는 요소인 소주골의 부피도 40%나 늘어났다.
관절염을 비롯한 무릎 질환을 예방하며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무릎 건강에 맞는 적정 운동량을 파악한 뒤 올바른 자세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첫날은 5~1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해보고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리며 몸 상태를 체크하면 된다. 자세는 발을 11자 형태로 맞추고 계단을 발의 절반 정도로 디뎌 무릎을 완전히 펴는 것이 좋으며 이때 상체를 바르게 세워 걸어야 엉덩이와 허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계단을 내려갈 때는 하중이 많이 실려 무릎 연골에 부담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완연한 봄 날씨에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시기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보도록 하자. 무리가 오면 잠깐 쉬어가도 무방하다. 오르막길 끝에는 튼튼한 다리와 함께 건강수명이 늘어난 나 자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천안자생한방병원 문자영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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