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3월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에는 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연준이 자체 조사 보고서에서 밝혔다.
지난 4월28일(현지시간)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연준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SVB의 경영이 부실했으며 직원들은 관리를 느슨하게 하면서 결국 부도로 이어졌다며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 금융계에 대한 엄격한 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이 주도한 조사에서 SVB 부도에는 연준도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SVB에 문제가 빠르게 발생했으나 연준이 뒤늦게 알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연준과 미 의회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자산이 2500억달러(약 335조원) 이하인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 대처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고도 지적했다. SVB와 이어 부도가 발생한 뉴욕 시그너처은행 모두 보유 자산이 2500억달러 이하였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또한 감독을 담당할 직원 채용 소홀 등 자신들의 미흡한 관리가 시그처너은행 부도를 낳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FDIC가 별도로 작성한 보고서는 SVB가 무너진 것이 시그너처은행 부도로 이어지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SVB가 자본을 확충해야하는 것이 알려지자 주 고객인 IT 업계 등 부유한 예금주들이 불안을 느끼면서 대량 인출(뱅크런)으로 이어졌다.
연준 보고서는 연준이 한때 자금 2000억달러 이상을 보유했던 SVB를 제대로 감독을 못했는지 앞으로 다시 조사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AP는 이번 연준의 조사 보고서를 계기로 미국 금융 규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 세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도드-프랭크법으로 미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가 2018년 민주와 공화당 모두 은행권의 반대에도 완화에 합의했다.
특히 2019년 당시 연준의 금융감독 부의장이었던 랜들 퀄스는 소형은행들의 자본 요구 한도를 완화시켰다.
그러나 퀄스는 규제 완화가 SVB의 부도로 이어졌다는 비판에 정책변경이 은행을 붕괴시키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은행 정책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볼 때 앞으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금융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D카우언의 애널리스트 재럿 시버그는 보고서가 앞으로 보유 자산 1000억달러(약 134조원)가 넘는 은행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실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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