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우파’ 콜로라도당 페냐 당선
‘친중 좌파’ 알레그레 후보 따돌려
한숨돌린 대만, 13개 수교국가 유지
"對中 무역 커 대만 단교 시간문제"
4월 30일(현지시간) 진행된 파라과이 대선에서 집권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냐 후보(가운데)가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 대만의 '대리전'으로 불렸던 남미 국가 파라과이 대선에서 대만과 미국에 우호적인 우파 집권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로써 대만은 당분간 수교 국가를 13개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집권 우파 정당 승리, 71년간 대권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4월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과 집권 우파 정당인 콜로라도당(공화국민연합당·ANR)의 산티아고 페냐(44) 후보가 개표율 99.89% 기준으로 42.74%의 득표율을 거뒀다. 좌파 성향이자 정통급진자유당(PLRA·급진자유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에프라인 알레그레(60)는 27.48%의 득표율로 페냐에 크게 밀렸다.
페냐는 수도 아순시온의 당사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콜로라도당의 위대한 승리"라며 "여러분과 함께 조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15일에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시작한다.
콜로라도당은 1947년 이후 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 전 대통령이 정권 교체에 성공했던 4년(2008∼2012년)을 제외하고 71년간 대권을 지켜 왔다. 다만 루고는 탄핵당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페냐는 과거 재무장관 출신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했던 경제 전문가다. 그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경기부양과 기업 친화, 외국인 투자 유치를 강조했다.
그에 맞선 알레그레는 변호사 출신으로 루고 정부에서 공공사업통신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번이 3번째 대선 도전이었다.
■우파 승리에 대만 안도, 국교 유지 기대
파라과이 선거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은 이유는 대만과 외교 때문이었다. 대만은 지난 1978년 미국과 단교한 이후 22개국과 외교관계를 유지했으나 점차 수교 국가를 잃었다. 한국 역시 1992년에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개방 정책으로 외교 상대를 넓혀가던 중국은 외교 관계를 시작할 때마다 상대 국가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대만과 수교한 국가는 지난 3월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는 동시에 중국과 수교하면서 13개국으로 줄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위치한 파라과이는 우파 성향의 정부를 이어가면서 미국 및 대만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친중 성향의 알레그레는 대만과 수교로 중국과 무역에 어려움이 있다며 당선되면 외교 관계를 바꾸겠다고 시사했다. 그는 4월 12일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1957년 7월 8일 수교한 이후 약 60년간 이어진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무역 규모는 변수
다만 대만과 수교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 파라과이가 중국과 무역하는 금액은 대만과 무역하는 금액의 10배에 달한다.
대만 매체에 따르면 대만은 2005~2014년까지 파라과이에 매년 400만달러를 투자하고 1480만달러(약 198억원)를 원조한 반면, 중국은 2005~2020년까지 1300억달러(약 174조원)를 투자했다.
페르난도 마시 전 파라과이 산업통상부 및 재무부 수석 고문은 4월 28일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이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대만과 단교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언젠가는 중국과 수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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