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그쳐
- 양형기준 세미나 열어 처벌강화 등 모색
특허청의 기술유출범죄양형기준세미나 포스터
[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1. A씨는 국내 철강 기업의 제조 기술을 중국 경쟁사에 유출했다. 피해기업은 기술개발에 3년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는 등 연구개발(R&D)투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법원은 기술을 유출한 A씨가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2. B씨는 경쟁사에 이직하기 위해 재직 중인 회사의 블록체인 보안 기술을 유출했다. 피해기업은 기술개발에 2년간 7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법원은 'B씨의 범행이 회사에 끼친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1년과 벌금 1000만원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허청과 대검찰청이 이같은 기술유출 범죄의 '솜방망이 처벌' 개선에 힘을 모은다. 양측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공동으로 열어 영업비밀침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범죄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최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시도가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이며, 이로 인한 피해액은 2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감안하면, 기술유출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훨씬 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렵게 기술유출 범죄를 적발하더라도 초범이거나 피해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면서 기술유출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최대 30년까지,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불과하며,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경우 지난해 선고되는 형량은 평균 14.9월에 그쳤다.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범죄의 억제와 예방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처벌이 필요한 만큼,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에 대한 검토를 통해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에 대한 연구용역과 국정원, 산업통상자원부, 경찰 등 기술유출 대응 부처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유출 범죄의 특수성에 맞춰 양형기준과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조용순 한세대학교 교수가 ‘영업비밀침해 범죄 양형기준 정비방안’을 주제로 첫번째 발제에 나선다. 이어 ‘기술유출 범죄 피해규모 산정방안’을 주제로, 안성수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이 발제하고 기술유출 범죄에 따른 경제적 피해규모 입증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를 논의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기술유출 범죄는 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중대범죄”라면서 “특허청은 지식재산 주무부처로서 ‘현대판 매국’과 다름없는 기술유출 범죄가 최소화되도록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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