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개방 후 첫 주말, 경비로봇견 구경하는 시민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용산 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개방된 후 첫 주말인 11일 오전 서울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이 경비로봇견을 구경하고 있다. 2022.6.11 superdoo82@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약 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을 정식 조성하기에 앞서 대통령실 앞 부분 반환부지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해 오는 4일부터 국민에게 개방한다고 2일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국민과의 소통 접점을 넓히는 한편 용산기지의 반환 성과를 하루빨리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해 1년간의 준비를 거친 것으로,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명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약 9만평 규모로 조성됐다.
이번에 임시개방하는 반환부지는 120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금단의 땅이었던 곳으로, 외국군 주둔의 역사를 끝내고 미래로 나아가는 주권회복의 상징적 장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임시개방의 취지를 살려 종전 미군기지의 특색을 최대한 살리되,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여가 공간을 추가로 조성했다. 전체 공간은 주출입구로 들어와 마주하게 되는 장군숙소와 정원의 중심이 되는 잔디마당과 전망언덕, 동쪽에 위치한 스포츠필드로 구성된다.
장군숙소 지역은 실제 미군 장교들이 거주했던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을 문화·휴식·편의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건물의 외관과 거리·마당 등 외부공간을 그대로 보존해 마치 미국 소도시에 온 것 같은 이국적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주출입구는 일본이 한반도 침략 및 병참기지화를 위해 설치한 한국주차군사령부의 정문으로 쓰였던 곳이다. 해방 후에는 미 7사단 사령부의 정문으로 사용됐으며, 1960년대 후반에는 사우스포스트에 위치한 벙커와 기지 내에 위치한 121 병원의 출입구로 사용됐다. 미군기지에 있던 총 21개 출입구 중 14번째, 게이트 14로 불리기도 했던 이 곳은 이제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운 출입구이자 용산어린이정원 방문객을 주로 맞이하는 곳으로 변모하게 됐다.
미군 숙소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조성한 홍보관에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후 미군 주둔, 그리고 이번 임시개방까지 용산기지의 120년 역사를 지도와 연표,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열린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용산서가는 관람객의 휴식과 독서를 위해 마련된 곳으로,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어른을 위한 사색이라는 주제의 두 공간으로 구분된다. 어른들의 서가에서는 탁 트인 통창을 통해 장군숙소의 시원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으며,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세종도서 선정작을 기준으로 큐레이팅된 책들을 읽어볼 수 있다. 어린이의 서가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및 유아들을 위한 책들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읽을 수 있게 계획했다.
상설전시가 열리는 전시관에서는 '온화(溫火, Gentle Light)-따스한 불빛으로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히다'를 주제로 한 사일로 랩의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만나볼 수 있다.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용산의 미래를 밝혀나가려는 염원을 담아 1500개의 전통창호 모양의 빛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방문객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관 옆에 위치한 이음마당은 푸르른 녹음 속에 자리잡은 야외 휴게공간이다.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면서, 버스킹이나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이벤트들이 수시로 개최될 예정이다.
잔디 정원을 갖춘 이벤트하우스는 일제강점기에는 참모장 관사로 쓰였고, 미군 주둔 후에는 장군숙소 부지 중 유일한 장성급 관사로 활용됐던 곳이다. 이벤트하우스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문화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잔디마당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카페 어울림에서는 천장 구조를 노출해 꾸며진 개방감 있는 공간에서 음료와 휴식을 즐길 수 있으며, 외부로 연결되는 데크에 앉아 드넓은 잔디마당과 가로수길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탄소저감 원두를 사용하거나 발달장애인이 제작한 간식을 판매하고 용산지역 청년카페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소통과 연대의 가치도 지향해나갈 계획이다.
기록관1은 1967년부터 3년간 용산 미군기지에 살았던 수 코스너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미군 가족의 집을 재현한 곳이다. 수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거실, 공군이었던 수 아버지의 서재, 기지 내의 학교를 함께 다녔던 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수의 방을 통해 당시 용산기지 내 미군가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기록관2는 과거 용산 미군기지의 모습을 기록한 공간과 60~70년대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던 미8군 클럽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특히 미 8군 클럽에서 태동했던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와 함께 당시의 가수들의 대표곡을 LP판으로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코너도 준비돼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중심에는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약 2만평 규모의 잔디마당이 펼쳐져있다. 과거 4곳의 미군 야구장이 있던 곳을 새롭게 단장한 이곳은, 가족 단위 방문객의 휴식처이자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잔디마당 주변으로는 세 가지 주제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플라타너스가 아름다운 가로수길 옆 꽃마루에서는 시원한 그늘 속에서 초화를 즐길 수 있고, 이어지는 하늘바라기길에서는 기다란 의자에 걸터 앉아 대통령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 길과 연결되는 들꽃산책로에는 다양한 종류의 들꽃이 어우러져 계절에 따라 풍성한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잔디마당 한편으로는 용산어린이정원은 물론, 남산, 용산도심,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언덕이 위치하고 있다. 특히 가장 높은 곳에서는 대통령실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어 미국의 백악관 앞 공원과 같은 열린 소통공간으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어린이정원 동쪽에 위치한 스포츠필드는 스포츠 꿈나무를 위한 만12세 이하 어린이 전용 야구장과 축구장이 마련돼 있다. 오는 4일 개방과 함께 대통령실 초청 전국유소년야구대회와 축구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며 예약을 통해 일반 유소년 팀도 시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부지의 특성 등을 고려해 환경 모니터링을 촘촘히 시행했고, 용산어린이정원 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우선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3월에 실내 5곳, 실외 6곳에 대해 공기질 측정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했고 주변지역 4곳과 비교측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외 공기질은 환경기준치 이내로 주변 지역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고, 실외 공기질도 관련 환경기준에 모두 부합하여 안전함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번에 임시개방 전 지역에 걸쳐 15cm 이상 흙을 덮은 후 잔디 등을 식재하거나 식생매트 설치, 유류저장탱크 제거 등 기존 토양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추가 안전조치를 시행했다. 정부는 향후에도 개방 기간 동안 환경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실시하여 안전성 확보 여부를 더욱 철저하게 확인해갈 예정이다.
정부는 향후 용산어린이정원의 다양한 공간들을 활용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해 국민과의 소통 접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캐릭터 전시, 화분만들기·페이스페인팅 등 체험이벤트, 용산어린이정원 탐방 스탬프 투어 등을 진행하는 한편 생활체육행사, 클래식 음악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가로수길에서는 직장인들을 위한 수요 버스킹과, 어린이 및 가족을 위한 주말 버스킹이 진행될 예정이며, 전문 도슨트와 함께 용산기지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는 워킹투어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된다.
향후,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과 강좌도 운영될 계획이며, 어린이 단체방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문의를 통해 맞춤형 가이드도 지원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용산어린이정원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누리집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기존에 방문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 즉시입장도 가능하다. 신용산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주출입구 또는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담장과 연결되는 부출입구를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별도의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방문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 1주년을 맞아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으로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졌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을 가꾸는 데 힘쓰는 한편, 국민과의 소통 접점을 더욱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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