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설계자' 지목된 라덕연 대표
김익래 키움證 회장과 난타전
"상속 앞두고 주가 끌어내린 것"
연합뉴스TV 제공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가 일어난 후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사진)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라 대표가 연일 김익래 회장을 주가폭락의 주범으로 지목하자 키움증권과 김 회장은 2일 서울경찰청에 라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켰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판 물량이 그대로 시장에 출회됐다는 이유에서다. 라 대표는 차명 휴대폰을 개통하고 일임매매를 이어온 것에 대해서는 '편의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 피해자인 가수 임창정씨와는 지금까지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라 대표는 1일 파이낸셜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김 회장은 상속을 앞두고 있어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며 "상속세를 아끼기 위해 시장에 대거 물량을 던졌다. 전형적인 하락형 주가조작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블록딜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 605억원을 확보했다. 라 대표는 "현재 주가하락으로 이익을 본 사람은 김 회장 외에는 아무도 없다"며 "김 회장이 불장난하다가 산 하나를 태워먹은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라 대표는 투자한 8개 종목(다우데이타,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선광, 다올투자증권, 삼천리, 세방, 하림지주) 모두 가치투자 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우데이타는 매해 1조원을 넘나드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6000억원에 불과하다"며 "다른 기업 역시 부동산 등 자산재평가가 필요해 투자를 시작했다. 우리는 '바이 앤드 홀드' 전략으로 계속 사 모았다"고 설명했다.
또 라 대표는 주가상승 기간 이어진 공매도 행렬과 관련, 불법성을 의심했다. 그는 "다우데이타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700억원 넘는 공매도 행렬이 이어졌다"며 "수사당국은 공매도에 필요한 증거금이 확보된 상태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라 대표는 이 같은 의혹을 토대로 김 회장을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라 대표는 금융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의 신분증을 받아 차명 휴대폰을 개통하고 일임매매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그는 "매매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며 "우리도 용이하고 고객도 편리해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연예인 등 다수 인사와 접촉해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에 대해서는 그는 "(나의) 골프선생님이고, 제가 돈을 벌어다주니까 자랑하고 다녔을 뿐"이라며 "안씨의 부모님도 같이 투자해 가장 큰 피해자다. 모집책으로 불리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표적 투자자인 가수 임창정씨에 대해서는 "최근에도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며 "울면서 전화가 오길래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안모씨 또한 정식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태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10명을 출국금지했다. 키움증권과 김 회장은 이날 서울경찰청에 라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주식 매도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공시도 모두 이행했다"며 "주가조작 세력과 연계된 사실은 전혀 없고, 라 대표도 어떠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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