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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아이칸, ‘공매도’ 힌덴버그에 당했다

힌덴버그 "아이칸, 주가 고평가"
공매도 선언에 주가 24% 폭락

'기업 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공매도 투자업체 힌덴버그리서치의 그물에 걸려들었다.

힌덴버그가 아이칸의 투자회사 아이칸엔터프라이즈 공매도에 나서면서 아이칸엔터프라이즈 주가가 2일(현지시간) 20% 넘게 폭락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힌덴버그는 "아이칸엔터프라이즈가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다"며 공매도에 들어갔다. 힌덴버그는 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순자산가치 프리미엄이 다른 상장사에 비해 유독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힌덴버그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아이칸이 지속적인 손실 속에서 과도하게 높은 레버리지를 취하는 전형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조합은 좋게 끝나는 일이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업사냥꾼인 아이칸은 1980년대 미국 항공사 트랜스월드에어라인스(TWA)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전설이 됐다. 그는 TWA를 인수한 뒤 자산을 쪼개서 파는 방식으로 회사를 공중분해시켰고, 큰 돈을 벌었다. 최근에는 맥도날드와 바이오텍업체 일루미나 등의 행동주의 투자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지주회사로 에너지, 자동차, 식품 포장, 금속,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제록스 같은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회사를 통째로 소유하기도 한다.

힌덴버그는 아이칸엔터프라이즈가 고배당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판단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아이칸엔터프라이즈 배당률은 15.9%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힌덴버그는 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높은 배당수익률은 회사의 현금흐름과 투자 성과를 감안할때 지속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힌덴버그는 2020년 전기·수소 트럭업체 니콜라를 저격하면서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제너럴모터스(GM)가 니콜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협력을 강화하면서 니콜라의 주가가 폭등하던 그해 9월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내놓은 성과들이 모두 '사기'라고 비판했다.

니콜라는 힌덴버그가 공매도 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거짓 주장을 펴 주가를 떨어뜨린 뒤 큰 차익을 노리는 '악덕업체'라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힌덴버그의 '사기' 주장 대부분이 사실로 판명났다.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법원에서 유죄를 받았고, 니콜라는 환골탈태에 들어갔다.

아이칸엔터프라이즈 주가는 2일 오후장에서 전일 대비 24.23% 폭락한 38.21달러로 추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