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권과 인천, 부천 등을 중심으로 빌라 수십채를 보유한 20대 임대인이 전세사기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피해자들 일부는 그가 명의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
3일 경찰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임대인 김모씨(28)를 사기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 의뢰로 수사에 착수했다.
김씨는 본인 명의로 서울 금천, 경기 부천, 인천 미추홀구 등 수도권 일대 빌라 수십채를 소유하며 전세계약이 끝난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는 20여명으로 미반환 보증금 규모는 5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빌라당 전세보증금은 1억9000만~3억원으로 다양하다.
피해 규모는 향후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피해자의 전세계약이 대부분 지난 2020~2021년에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계약 만료 시점에 추가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피해자는 김씨를 '바지 임대인'이라며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김씨의 지인이라는 사람이 '김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돈을 갚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사는 집이) 건축주가 김씨에게 소유권을 아직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매매와 전세 계약을 같은 가격에 동시에 체결한 매물이었다"며 "보통 바지 임대인을 이용해 쓰는 수법이라고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김씨는 인천과 경기 광명 등으로 주거지를 옮겨다니며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바지 임대인이라고 예단하고 수사하지는 않지만 공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대위변제금(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금액) 13억1150만원을 청구받은 상태다. 김씨 소유의 일부 빌라들은 국세 체납 등을 이유로 가압류·압류 등이 설정됐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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