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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러시아의 가스관 폭파 의혹에 "해저 케이블도 공격 가능"

나토 사무차장보, 러시아의 해저 케이블 공격 가능성 주장
지난해 가스관 폭발 사건 배후로 러시아 가능성 커져
가스관에 이어 해저 케이블 공격해 서방의 우크라 지원 방해할 수도

나토, 러시아의 가스관 폭파 의혹에 "해저 케이블도 공격 가능"
스웨덴 해안 경비대가 지난해 9월 28일 발트해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 속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흘러나온 기포가 찍혀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9월 북유럽 발트해에서 발생한 천연가스관 폭발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가스관에 이어 해저 케이블도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세계에 실질적인 경제 타격을 가해 우크라 지원 의지를 꺾으려는 전략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들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데이비드 캐틀러 정보·안보담당 사무차장보는 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도발을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얻기 위해 해저 케이블을 비롯한 다른 핵심 기반 시설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당국이 해당 분야에서 과거 몇 년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라며 특히 대서양 일대 정찰 활동을 늘렸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해 9월 26~27일 덴마크 및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에서는 잇따라 강력한 해저 폭발이 관측됐다. 당시 폭발로 인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관 2개 전부와 ‘노르트스트림-2’의 가스관 2개 중 1개가 파손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며 이에 독일 검찰과 미 정보 당국 등은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 CNN은 지난해 9월 28일에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폭발 현장 부근에서 러시아 군함들이 목격되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배후라는 주장을 부인하고 "가스 누출은 우리에게도 큰 문제"라며 "가스관 2개 모두에 가스가 차 있는데, 비싼 가스가 날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3월 미 뉴욕타임스(NYT)와 독일 매체들은 독일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를 지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적대하는 비정규 조직이 가스관을 폭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 정부는 해당 보도에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 와중에 덴마크 현지 매체들은 지난달 28일에 덴마크 군 당국이 지난해 9월 22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인근에서 러시아 함선이 촬영된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사진은 26장으로 덴마크 경비정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는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잠수함 구난 선박인 ‘SS-750’함이 가스관 인근을 항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SS-750은 해양구난함인만큼 수중 작전을 위한 소형 잠수함을 탑재하고 있다.


캐틀러는 “우리가 대륙들을 연결하는 제한된 숫자의 인터넷 케이블과 전자설비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약 400개의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있으며 그 중 절반은 “매우 중요한 자산”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케이블들은 매일 10조달러(약 1경3258조원)에 이르는 금융 거래를 이어주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