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이틀째 무더기 결항 사태를 빚은 제주국제공항 대합실 안내판에 결항 또는 지연이라는 문구가 떠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제주도에 가족이 살고 있는 이모씨(47)는 어린이날을 맞이해 아이들과 만남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이씨는 첫째 아이 선물로 자전거를 함께 사기로 했고 쌍둥이 동생을 위해 인형을 주문한 상태였다. 그러나 전날부터 이어진 폭우에 예약한 항공편은 취소됐다. 이씨는 "가려던 항공편이 취소돼 어린이날에 아이들을 보러 가지 못했다"며 "오후에 항공편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김포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씨는 항공사의 연락을 받고 오후 12시에 공항에 도착해 오후 4시30분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다.
5일 제주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 어린이날을 맞이해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던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488편(출발 235편, 도착 238편) 중 207편(출발 105편, 도착 102편)이 결항됐다. 출·도착 항공기 50여 편이 지연됐다. 이날 오전 항공기 운항 계획은 대부분 취소됐으나 오후들어 날씨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김포행 항공기 운항이 조금씩 재개되고 있다.
제주공항도 체류객 수송을 위해 출발 항공기 21편과 도착 항공기 24편, 출·도착 국제선 1편씩을 각각 증편 운항할 예정이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산지에 호우경보가, 추자도와 제주도 중산간에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또 제주도 전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비가 시작된 3일부터 5일 낮 12시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삼각봉 803.5㎜, 진달래밭 671㎜, 성판악 598.5㎜, 서귀포 365.6㎜, 제주가시리 327㎜, 성산 238.2㎜, 고산 180.7㎜, 제주 142.3㎜ 등이다.
전날도 강한 비가 내리면서 오후부터 항공편 운항이 줄줄이 취소돼 총 243편(출발 118, 도착 125)이 결항했다. 이로 인해 수학여행단 33개교 6천여명을 비롯해 1만명 이상의 발이 묶였다. 해상 기상 악화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여객선 11척 중 3개 항로 4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강한 비바람 속 각종 피해도 잇따라 발생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낮 12시까지 기상특보와 관련한 신고가 27건 접수됐다. 이날 오전 5시 41분께 서귀포시 상효동 한 주택 안으로 빗물이 유입돼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오전 9시 2분께 제주시 연동의 한 건물 외벽이 탈락하고 오전 11시 6분께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한 공사장에 쌓아 놓은 모래와 자갈이 인근 도로로 유출되면서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
기상청은 제주에 6일 오전까지 비가 계속되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북부해안 30∼80㎜, 북부해안을 제외한 제주도 50∼150㎜, 중산간과 산지 등 많은 곳 200∼300㎜ 이상이다. 특히 이날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으니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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