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이달 총궐기·7월 총파업
근로시간 충돌 후 투쟁수위 높여
최저임금 심의도 노정 첨예 대립
정부, 노동개혁 차질빚을까 주시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 등이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로자의 날에 발생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분신 사망 사건으로 노동계와 정부의 사이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하면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본 정부가 노조를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자초한 결과다. 노동계는 지난 1일 양회동씨(50)가 숨진 것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 때문이라며 본격적인 '하투'를 예고하고 있다.
7일 노동계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양씨 빈소를 강원 속초에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옮기고 이날도 조문을 받고 있다. 양씨는 지난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전신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 숨졌다. 당시 그는 건설노조 강원지부 조합원 2명과 함께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올해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단속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결국 양씨의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노총은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이달 총궐기, 7월 대규모 총파업을 계획 중이다.
그나마 역대 정부의 파트너 역할을 해온 한국노총도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요구는 '월권'이자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특히 정부가 한국노총에 대한 노동단체 지원금 26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반발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공익위원 사퇴 촉구로 시작부터 삐걱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등을 놓고도 노정이 잇따라 충돌하고 있어 대립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분신 사망 이후 '법치주의 확립'을 앞세워 추진하는 노동 개혁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 현장 등 노동시장에서 공정과 노사 상생의 관행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용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중 핵심으로 꼽고 있는 노동 개혁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보완하기 위해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회적 반발이 너무 커 이미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실제 입법이 가능한지다.
그러나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설문조사를 진행해 개혁 추진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겨우 시작된 내년 최저임금 심의도 노사정 간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는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교수)가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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