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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원형탈모는 원형의 모양으로 모발이 갑자기 빠지는 것을 말한다. 심할 경우 두피 모발 전체가 빠지기도 하고, 눈썹, 속눈썹, 체모 등 전신의 털이 다 빠지기도 한다. 원형탈모는 남성형 탈모인 대머리와는 달리 부분 탈모에서 전신 탈모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유박린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스트레스가 원형탈모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쉬면서 자연치유를 기다리며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며 "스트레스가 원형탈모의 원인 중 하나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스트레스만으로 원형탈모가 발생하거나 심각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형탈모, 면역학적 요인이 핵심
원형탈모의 유병률은 모든 인종에서 비슷하고 남녀의 비율도 비슷하며, 전 인구의 2%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추측한다.
원형탈모 환자 수는 연간 17만명(2021년 기준)이며 남성형 탈모와 달리 대부분은 30세 미만에서 발생하고 20대에서 40대 환자 수가 가장 많이 분포한다.
특히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학적 요인이다.
유 교수는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떠한 자극 등의 이유로 T세포가 활성화돼 모낭을 외부 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을 가하면서 면역 반응을 유발하게 되고 이 반응이 원형탈모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증, 불안·우울장애 등 정신과 질환 동반
전체 모발의 50% 이상 빠지는 것을 중증 원형탈모라고 하는데, 20% 이상만 빠져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20대 이후에 눈썹과 속눈썹이 빠지면 대인관계와 사회생활 전반에 어려움이 생기고 심각한 경우에는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형탈모 환자의 10% 미만에서 갑상선질환이나 백반증,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유 교수는 "원형 탈모증 환자는 만성 자가면역질환 합병증을 동시에 겪을 수 있다"며 "일생의 정신과적 장애 유병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정신적 문제를 동반할 위험도 커서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형탈모가 재발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특히 탈모 정도가 심하거나 유병 기간이 길거나,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 아토피피부염을 동반한 경우, 손·발톱까지 침범한 사례의 경우에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 교수는 "중증 원형탈모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불안, 우울장애 등 정신과 질환을 동반하고 있으며 사회생활에 있어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고용 불안의 위기에 놓였다"며 "원형탈모는 심각한 질환이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치성, 중증은 재발률 높아
대개 경증의 원형탈모의 경우 바르는 스테로이드제로 잘 회복이 된다. 원형탈모 환자들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예도 있다. 원형탈모가 발생한 지 1년 미만이면서 원형 탈모반이 1~2개 이하일 때 자연 회복률이 80% 가까이 된다.
탈모 면적이 넓은 중증 이상의 경우, 바르는 연고 외에 전신적인 치료(경구 약제)가 필요하다. 경구 약물치료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 등이 있는데,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중증의 원형탈모의 경우 어떠한 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는 난치성 원형탈모가 간혹 있다.
둘째, 많은 경우에서는 탈모가 회복되고 개선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혈당 증가, 혈압 상승,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전문가와 상의해서 복용해야 하고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셋째, 호전돼 약제를 중단하거나 장기간 사용해 약을 감량 혹은 중단하는 경우 재발이 많다. 따라서 중증 원형탈모의 치료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평생 조절하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최근 중증 원형탈모에 사용하는 신약들이 개발돼 나오고 있는데 효과는 조금 더 우월하고 기존의 면역억제제보다는 훨씬 안전한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이 약제들이 기존의 난치성 중증 원형탈모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원형탈모는 평생 재발이 많은 질환으로 호전된 후에도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생각해야 한다.
유 교수는 "원형탈모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고, 치료로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원형탈모 역시 당뇨병, 고혈압, 아토피피부염 등의 만성질환처럼 평생 치료하며 조절, 관리한다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탈모 전문의의 진료를 통한 맞춤 치료 계획으로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탈모 범위, 탈모 기간 등에 따라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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