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자산가 다수
일반회생 시도 가능성 높아
시세조종 사전 인지 여부 '관건'
사기방조죄 적용 등 가능해
#. "'우량주에 장기투자한다'는 얘기에 투자금을 맡겼습니다. 동생 계좌도 빌리고 아버지 돈까지 넣었어요. 주변 의사 선생님들도 많이 하니까 괜찮겠지 했어요.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니 50억원 빚을 갚아야 한다고 하네요. 일당들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해 레버리지(빚) 거래를 했다는데 전혀 들은 바가 없어요. 투자금인 5억원만 날렸는 줄 알았는데 평생 일해도 다 못 갚는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회생이나 파산 신청 가능할까요."(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손실을 본 30대 의사 A씨)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의 공형진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 제출을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거액의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변호사사무소에 회생·파산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의혹 세력들이 명의자 동의 없이 신용대출을 받아 추가 투자를 하거나 CFD로 빚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자산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피해자들이 주로 자산가나 전문직인 만큼 개인파산 신청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채무한도와 대상자격 요건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일반회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계에서 보고 있다. 개인회생과 일반회생 인정 여부는 법원에서 이들을 피해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범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SG 사태 피해자, 개인회생 신청 가능성
9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소송 및 단체소송과 함께 개인적 구제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로펌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미수금을 갚으라'는 증권사들의 독촉전화에 매일 시달리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서다.
금융기관들이 채권추심에 나서게 되면 개업의인 의사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보험금을 압류당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병원이나 의원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감당 못할 빚을 진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구제방안은 개인회생, 일반회생, 개인파산 등 3가지다.
우선 개인회생은 채무한도(무담보 10억원·담보 15억원)가 정해져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들이 신청하며, 3년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를 면책받을 수 있다. 채권자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공무원과 교사 등 자격이 유지된다.
일반회생은 채무 상한선 요건이 없어 거액의 빚을 진 사람들이 이용한다. 법원이 인가를 결정하는 개인회생과 달리 일반회생은 채권자의 동의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회생 중에서도 채무가 50억원 미만이면 간이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급여소득자는 해당 안 된다.
개인파산은 소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소명해야 한다. 회생절차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다. 또한 일정 사유가 없는 한 10년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공무원·변호사·공인회계사·변리사·사립학교 교원 등이 될 수 없고 합명회사·합자회사 사원의 퇴사 원인이 된다. 사업에 대한 허가·등록 등 운영이 제한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 판사 출신인 이정엽 법무법인 엘케이비 대표변호사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부채 규모가 기준금액보다 많아 일반회생절차 신청 이외에는 부채를 조정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부채규모가 그 이하일 경우에는 개인회생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범 여부가 회생·파산 가능성 가른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투자자들이 '공범'이 아닐 때 해당되는 얘기다.
이정엽 대표변호사는 "일반회생절차의 경우 형법상 사기, 컴퓨터 등 사용사기, 부당이득, 횡령·배임, 업무상의 횡령·배임, 배임수증재를 범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회생계획안의 배제요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은 일반회생보다 더 명확하게 공범이 될 경우 면책불가 채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지적했다.
결국 가장 큰 쟁점은 일부 고액투자자들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합동수사 결과 이들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신분증·투자금을 맡긴 것으로 드러난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행위 위반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방조죄 적용 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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