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조선사도 겁나는데 중소형조선사는 위험 더 커
조선사 부실 대비해 은행 위한 안전장치 마련해야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선수금 환급보증(RG) 확대를 주문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은행권은 편치 못하다. RG는 기본적으로 위험이 높은 구조인데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형 조선사에게까지 심사 허들을 낮추도록 등떠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 책임을 낮춰줄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조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원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RG 발급기관에 서울보증보험 등 3개 기관을 추가하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도 이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특히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지역 중형 조선사에게도 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해 주도록 했다.
RG란 조선사가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변제해 주겠다는 약속을 말한다. 통상 선주는 선박을 주문하고 제작에 필요한 선수금을 지급하지만 이를 실제 받아보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이 기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선주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대신 보증을 서주는 것이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선주는 보증이 있어야 조선사와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추가대책 발표는 조선업이 회복되면서 수주가 활발해진 데 따른 조치다. 국내 RG 발급 금융기관이 급격히 늘어난 RG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관련 지원 조건을 완화하는 등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선업에서 업황이 좋은 것은 대형 조선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계약했어도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배를 만들다 보니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리스크가 높아 대형 조선소에 대한 RG 발급도 꺼려지는데 중형 조선소에 대한 보증서 발급까지 떠맡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RG 발급의 대가로 은행은 보증 수수료를 취할 수 있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RG로 인한 위험이 커지면 은행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특히 최근 고금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진다. 조 단위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조선사는 대출을 받아 이익을 남긴다. 이때 금리가 높으면 이자 부담이 높아질뿐더러 조선소가 남길 수 있는 차익도 적어진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은행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기 상황에 따라서 기업의 등급이 달라진다"며 "기업 등급이 좋지 않아도 정부가 적극 지원하자는 것이니 이를 고려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RG 지원은 당연히 하겠다"면서도 "대신에 (조선사가) 부실이 났을 때를 대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조만간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은행권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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