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2023.2.6 sungjinpark@yna.co.kr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에서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로 표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23일 한국 시찰단의 후쿠시마 파견을 앞두고 인식 전환을 위한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용어 변경은 일본의 요청이냐,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선의냐"라며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 태스크 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바깥으로 방류하는 물에 대해서는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성일종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1차 회의에서 성일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5.9 xyz@yna.co.kr (끝) /사진=연합 지면화상
앞서 우리바다TF는 지난 5일 첫 회의에서도 '오염처리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 의원은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라는 다핵종을 걸러내는 기기가 있다. 이 기기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증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축이 돼서 다 검증하고 시험하고 있다"라며 "국제법적으로 기준치 이내에 들어왔을 때 그 물을 바깥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광우병·사드 전자파 사례 등을 언급하며 "과학의 영역을 정치의 오염된 영역으로 끌어들여서 남겼던 나쁜 선례들이 있다"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과학을 오염시킨다든지 과학을 부정한다고 하면 우리 대한민국이 문명국가라 할 수 없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하거나 또 대안을 낼 수 있지만 과학을 뛰어넘는 상식을 벗어난 일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공동취재) 2022.7.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사진=뉴스1
같은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용어 정정부터 좀 필요한데 엄밀하게 오염 처리수"라며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오염수를 한 번 거른 오염 처리수에 대해서 IAEA는 오염 처리수가 방류할 만한 정도로 여과되어 있는가, 정화되어 있는가. 이거를 보는 것이고 우리 한국 시찰단은 그 처리 과정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용어 변경이 인식 전환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에서 날아오는 것은 누군가가 아무리 발사체로 이름을 바꾸려고 해도 국민들은 그것이 미사일임을 알았다"라며 "일본이 방류하는 것의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더라도 국민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여당에서 '오염수'를 '처리수'로 용어 변경하자는 입장이 이어지자 야당은 "과학적인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 용어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사진=뉴스1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체 누구를 위해 방사능 오염수를 오염 처리수라고 바꿔 부르자는 것이냐"며 "이름 바꿔치기로 국민에게 일본의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겠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박 대변인은 "방사능 오염수 가운데 오염수 처리가 완료된 것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처리가 완료된 오염수도 안전한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상황인데 왜 바꿔 불러야 하냐"라며 "정부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지원하고 나서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윤 대통령이 말하는 미래지향적 협력이냐"라고 비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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