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CPI 전년比 0.1% 상승 그쳐
생산자물가는 35개월만에 최저
전조 우려에도 정부 "근거 없다"
중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년 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대형 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정지우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생산자물가는 3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도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표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형국이다.
■상하이봉쇄 때보다 내려간 CPI
11일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동월대비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월 0.7%와 시장 전망치 0.4%를 모두 하회했다.
중국의 월간 CPI는 2021년 2월 -0.2%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인구 2500만의 도시 상하이가 봉쇄됐던 지난해 4~6월에도 2%대를 유지했었다.
소비재 가격이 0.4% 감소하며 전체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막았다. 서비스는 1.0%, 식품은 0.4%, 비식품은 0.1%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신선야채가 -13.5%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교통수단용 연료(-10.4%), 교통수단(-4.0%), 양고기(-2.9%), 가정용품(-1.2%), 임대주택 임대료(-0.3%) 등도 내려갔다.
반면 여행(9.1%), 신선과일(5.3%), 식용유(4.8%), 교육·문화·오락(1.9%), 계란(1.2%) 등은 1년 전보다 올랐다.
여행 분야가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위드 코로나 전환, 마스크 착용 해제, 노동절 연휴 분위기(4월 29~5월 3일)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항공편 주요 노선과 관광지 호텔은 노동절을 앞두고 여행활성화 조짐이 보이자, 가격을 최소 2~3배 이상 상향 조정했었다.
CPI는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 수준의 시간적 변동을 측정하는 상대적 지표다. 중국 500개 시·현에서 10만개 대형 쇼핑몰, 슈퍼마켓, 농산물 직판장,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의 데이터를 표본으로 삼는다.
■2년 11개월만 최처 PPI
생산자물가(PPI)는 전년과 비교해 3.6% 감소했다. 역시 전월 -2.5%, 전망치 -3.2%를 밑돌았다. 월간 PPI 측면에선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5월의 -3.7% 이후 가장 낮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26년 만에 최고치인 13.5%를 찍은 후 18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담배, 섬유·의류. 가스, 전기, 물, 농산물, 음료, 비철금속, 목재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품목이 전년대비 마이너스로 기록됐다.
중국의 PPI는 생산자가 얻는 소비재와 노동력 판매 가격의 평균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다. 생산자가 소비재와 노동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 늘어난 원가만큼 소비자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PPI가 내려갈 경우 CPI도 시차를 두고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PPI는 CPI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PPI 조사는 전국 4만개 이상의 기업이 대상이다.
주요 외신들은 세계 상당수 국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중국만이 주요국 중 홀로 디플레이션에 직면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현재 중국은 디플레이션이 없고, 다음 단계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4분기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기 지표가 '회복'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자칫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이해된다.
앞서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지난달 19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통화 공급량이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상승해 전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은 없다"면서 "하반기에 영향 요인이 해소되면서 가격은 적정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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