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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땅 침범한 외교공관…대법 "사용료 청구 가능"

회사 땅 침범한 외교공관…대법 "사용료 청구 가능"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자신의 소유지 일부를 침해한 외국 외교공관을 철거할 수는 없지만 금전지급 청구의 경우 재판권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사가 몽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각하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토지를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이 토지는 주한몽골대사관과 맞붙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땅 30m 가량을 몽골대사관이 공관 건물과 부속 창고 등으로 사용 중인것을 알게됐다.

A씨는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토지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면서 무단 점유 대가로 임차료에 상당하는 부당 이득을 지급할 것도 청구했다.

1심은 비엔나협약 규정을 근거로 A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했다. 국제법 원칙상 외교 활동을 비롯한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므로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2심 역시 "몽골이 공관지역으로 A사 건물 및 이 사건 토지를 이용하는 행위는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주권적 활동과 관련성이 있으므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이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소유권이라도 확인해달라'는 A사의 청구는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건물의 철거와 인도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권이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 수긍했지만,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나, 부동산 점유 주체가 외국이라는 이유 만으로 부동산 소재지 국가 법원의 재판권에서 당연히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부동산을 점유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과 목적, 형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외국이 국내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을 두고 반드시 주권적 활동에 속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법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돼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금전지급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