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 근골격계 질환 빈발해
대표적 발생 질환 척추관협착증
조기 적극적 치료로 악화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께서 계신 시골을 찾은 A씨(55). 젊어서부터 벼농사를 하셨던 어머니의 허리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병원을 함께 찾기로 한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허리 통증을 감내하며 지내왔는데 모내기철을 앞두고 무거운 모판과 비료를 나르던 도중 한쪽 다리가 터질 듯이 아파 주저앉으셨다는 것. 의료진은 어머니에게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내리며 치료와 관리를 권유한다. 어머니의 연세를 생각해 수술은 보류하기로 한 A씨. 정보들을 수소문해본 결과 비수술 한방 치료로 협착증을 관리한 사례를 접하게 된다.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집 근처 한방병원 진료를 예약하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한다.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앞두고 농업인의 허리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2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 현황’에 따르면 농사일로 인해 1일 이상 휴업한 질병을 조사한 결과 근골격계 질환이 5.2%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근골격계 질환이 주로 발생한 부위는 허리가 52.2%로 가장 많았고 무릎(31.9%), 어깨(6.5%)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농사일 특성상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하면 허리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쌓인다. 여기에 무거운 짐을 자주 들어 올리고 내리면 척추에 강한 압박이 쏠릴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며 약해진 척추에 손상을 입혀 퇴행성 척추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층에서 다발하는 척추 질환으로는 척추관협착증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0세 이상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151만2652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87%에 달했다.
척추관협착증이란 노화와 지나친 허리 사용 등으로 척추 내부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고 주변 인대가 두꺼워져 발생한다. 이때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이 눌리며 염증을 발생시키고 허리 통증, 다리 저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질수록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일시적으로 척추관의 신경통로가 넓어지면서 통증이 감소하는데, 그러다 보니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은 허리를 굽힌 채 걷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협착증이 ‘꼬부랑 할머니 병’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이처럼 척추관협착증은 통증 뿐만 아니라 보행에도 어려움을 주며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일으킨다. 따라서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하며, 특히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의 감각이 둔해진 느낌이 든다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치료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척추를 교정한다. 특히 척추뼈와 뼈 사이를 늘려줌으로써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고 신경이 받는 압박을 줄인다. 침 치료는 긴장된 척추 주변 조직을 풀어주고,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을 개선하고 신경 조직 재생을 돕는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한약의 치료효과도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산화의학과 세포 수명'(Oxidative Medicine and Cellular Longevity)’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척추 질환 치료 한약인 청파전H의 주요 약재 천수근이 세포 보호와 염증 억제, 운동능력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척추관협착증을 유도한 쥐의 손상된 척수 세포에 천수근을 처리하고 관찰한 결과 천수근 농도가 높아질수록 끊어졌던 신경돌기의 회복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천수근 농도에 비례해 염증 반응도 억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척추관협착증을 예방 및 완화하기 위해서는 바쁜 농사일 중에도 의식적으로 허리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를 굽힌 자세를 장시간 취하고 있다면 잠시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을 하며 경직된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허리를 굽혀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행동은 자제하자. 반드시 무릎을 굽히고 물건을 최대한 몸 가까이 붙여서 하체의 힘을 이용해 들어올리는 게 효과적이다.
부모님 건강은 자식으로서 늘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 뵌 부모님께서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를 조심스레 꺼내실 때만큼 죄송스러운 것도 없다. 오늘 간단한 안부 전화를 통해서라도 부모님의 건강을 살펴보도록 하자. 효도는 멀리 있지 않은 법이다.
수원자생한방병원 윤문식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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