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비군 훈련문화혁신 원년’ 정하고
유사시 실제 전력 활용 목표로 훈련 재개
인구절벽으로 심화된 병력부족 극복 논의
준직업군 전환 등 예비전력 현실화도 필요
1968년 4월 1일 공식 창설돼 55주년은 맞은 우리나라 예비군은 약 273만명이다. 지금까지 많은 전투 현장과 국가적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활동을 펼쳐왔다.
4년 만에 재개된 예비군 훈련간 예비군들이 훈련입소에 앞서 입소식간 입소자 선서를 진행하고 있다. 육군 제공
1968년 11월,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소탕작전에서 생포한 공비. 야간에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무장공비들이 울진·삼척지역 해안으로 침투했다. 무려 120명이었다. 정부는 강원 정선·영월·삼척 지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과 예비군을 동원해 즉각 소탕작전을 전개했다. 2개월간의 긴박한 작전 끝에 113명이 아군에게 사살되고 7명이 생포됐다. 무장공비 '107명 사살, 7명 생포'라는 혁혁한 전과는 다름 아닌 '예비군'의 수훈이었다. 출처=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968년 4월1일. 대전 공설 운동장에서 향토예비군 창설식이 거행되고 있는 모습.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
지난 3월 2일 올 들어 첫 예비군훈련이 시작됐다. 5군단과 32·50·52사단 등 4개 부대가 11개 훈련장에서 예비군훈련을 시작했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예비군 소집훈련이 중단됐고 원격교육만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동원훈련 '2박 3일'과 동미참훈련 '4일'을 1일 훈련으로 축소하고 작계시행훈련은 하지 않았다. 이같이 축소·중단했던 예비군훈련을 4년 만에 본격 재개한 것이다. 예비군은 전역한 군인들로, 상당한 수준의 전투능력상 전문성과 투철한 정신무장까지 돼 있어 유사시 정규군 만큼의 막강한 전투병력으로 인식돼 왔다. 이 같은 군 가용 자원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은 예비군이 최근 이슈로 떠오른 병역자원 부족의 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과 병무청, 성우회가 함께 개최한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제도 발전 포럼'에서 병역 자원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인구절벽 시대의 문제는 국가 방위를 위한 군 병력 유지만의 문제에 국한하지는 않지만 4년 만에 재개하는 예비군 훈련과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을 살펴본다.
■첫 북핵 대응 훈련..안보교육도 MZ세대 맞는 스토리텔링 영상 자료로
1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은 2023년을 '예비군 훈련문화혁신 원년의 해'로 정하고 "MZ(멋진)세대 멋진(MZ)예비군들과 함께하는 멋진 예비군훈련"이라는 슬로건으로 실효성 있는 훈련문화 혁신에 나섰다. 4년 만에 시행하는 지역예비군의 작계훈련은 부대별 가용 여건을 고려해 2023 FS 연습 등 대규모 상급부대 훈련과 연계해 시행하고 있다.
올해 예비군훈련은 기존의 틀을 깨고 'Fight Tonight!'을 위해 유사시 실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전적 예비군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비군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조치하는 '참여형 예비군훈련'과 '전시 완편 하 훈련'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동원예비군훈련에 처음으로 한반도의 안보위협 중 하나인 북한의 핵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한 '핵·화생방 방호훈련' 시행도 계획됐다.
안보교육도 MZ세대 특성에 맞게 강의식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예능 형식의 영상 교육자료를 제작하여 국가관·안보관 및 대적관 확립을 통해 예비군의 중요성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훈련장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운영과 현장 민원상담실 운용을 통해 예비군들의 궁금증을 가급적 현장에서 해결해 주기 위해 많은 방안들을 시행 중에 있다. 지역예비군의 전투력 발휘와 생존성 보장 측면에선 개인화기인 M16소총을 편성과 임무를 고려하여 K-2소총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각 예비군 훈련장에는 육군본부와 2작전사령부, 수임군부대 주요직위자들이 방문해 예비군 입장에서 준비상태를 점검과 관계자를 격려했다. 형식에 흐르지 않는 실전적이고 강한 훈련을 목표로 훈련준비간 상호 교관 지원과 훈련 통제, 시범식 교육, 각종 세미나, 동영상을 활용한 사전 교육 등을 준비했다.
하지만 4년 만에 정상 시행하는 이번 훈련은 예비군뿐만 아니라 교육을 담당하는 교관, 조교들도 훈련에 처음 참여하는 이들이 대부분으로 작계시행훈련 등 지휘관 및 동원관계관 등의 경험 부족 및 훈련 공백으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전쟁은 결국 사람이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8명이다. 징집 연령인 만 20세 인구는 △올해 약 25만명에서→ △2025년엔 22만명→ △2037년 18만명 등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022년 기준 국군 병력 규모는 약 50만명으로 북한군(128만명)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한호 성우회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첨단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다 해도 전쟁은 결국 사람이 한다"며 "우리 군 병력을 50만 또는 35만까지 감축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관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병력운영 체제가 계속되면 만성적 병력부족 현상이 심화됨은 물론, 2025년엔 육군 기준 36만5000여명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또 상비병력, 민간인력, 예비병력 자원을 총체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국방인력구조 모델을 연구·적용해야 한다"며 "현 병력충원 모델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병욱 상명대 교수는 '현 병력제도 개선방향'에 관한 주제 발표에서 "병역제도를 상비병력 중심에서 민간 인력을 포함한 총체적 국방인력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에 참석한 이기식 병무청장은 "청년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안정적인 병역자원 충원에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인구절벽에 대비한 병역 정책을 만드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유무인 복합체계 중심의 병력 절감형 군 구조로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제도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 병역제도 발전 방향'에 관한 주제 발표에서 "인구급감에 따라 병력감축이 더 가속화되면 북한의 핵위협과 주변국의 예상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병력) 인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예비전력의 현실화"라며 "예비군 개념을 의무가 아닌 파트타임 복무 즉, '준(準)직업 예비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해 신속대응부대, 전선증원부대 등으로 임무·기능별 차별을 두고 그에 걸맞은 보수를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은 "예비군 진급제도 확대·활성화를 통해 병력 감축에 따른 부대 수 감소를 보완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미래 병역제도 발전이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 현재의 국방예산도 확대·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비군훈련 관리체계의 획기적 개선이 관건
애국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면서도 과거 이상하게 예비군훈련장에만 가면 조금은 비딱한 복장에 흐트러진 태도가 당연한 것으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 6월 당시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25전쟁과 같은 전쟁이 다시 벌어지면 참전하겠나?'라는 질문에 20대 남성 91%가 "기꺼이 참가하겠다"고 응답했다. 같은 해 8월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우리 영토 내 대북 확성기를 포격하는 도발을 자행했을 때, SNS에서는 "전투복 꺼내 놨다'는 예비군들의 글이 수천 건 올라오기도 했다.
예비군과 현역은 비상시에 우리나라를 지켜낼 양대 축이다. 지금까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비군훈련 관리체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서바이벌 장비 도입과 훈련장 설치 등의 투자와 정착으로 예비군훈련의 질을 높이고, 훈련 만족도를 한 단계 더 제고해 나가야 한다. 또 군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정예자원확보'와 '적시 동원체제 구축'에 주안을 둔 구호만이 아닌 관련 예산 확보를 포함한 예비군 전력의 법령·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와 시행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시점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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