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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종원 국밥거리에서 진짜 빠진 것

[기자수첩] 백종원 국밥거리에서 진짜 빠진 것
"사소한 것까지 다 참견을 하니 너무 어렵다. 저희는 좀 빼달라. 영업정지든, 벌금 1000만원이든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좀…." 충남 예산군 '60년 전통 소머리국밥' 사장 A씨는 애원했다.

"최근 위생법이 강화됐다. 가게 한 곳이라도 위생에 관해 문제가 생겨 공론화되면 입장이 정말 난처해진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강경했다.

이 설전과 속사정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조회수 331만회를 넘겼다. 이곳 상인 중에는 6·25전쟁 때부터 노점에서 국밥을 팔아온 노포도 있다. 그럼에도 충남 예산군은 지난 2017년 이들을 설득해 점포를 한데 모아 '국밥거리'를 조성했다. 홍보를 위해 유명 연예인 백종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고 대중이 오해할 것을 염려해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결국 지자체의 연이은 부탁과 '고향 발전'이라는 명분에 이름을 빌려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지역축제가 열려 손님이 몰리자 일부 상인들이 국밥에 찬물을 부었다. 국밥 한 그릇으로 두 그릇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매출은 확 늘었지만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이미지는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결국 백종원 국밥거리에서 '백종원' 세 글자가 떨어졌다.

국밥집 사장의 위생관념을 바로 세워야 할 책임은 관료에게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나서야 할 일이다. 교육으로 어렵다면 단속해야 한다. 만약 인력부족으로 단속이 어렵다면 이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이다. 다른 영업장에서도 일상처럼 일어나는 문제라면 허울뿐인 규제다. 백종원에게는 단속할 권한이 없다. 이름을 빌려줬으니 책임지라고? 그가 거리에서 이름을, 가게에서 사진을 떼낸 이유다.

백종원은 1명이지만 전국의 전통시장은 1300여곳에 달한다. 희망은 있다.
선거철이면 지역을 전국 제일의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국회의원님, 시장님, 군수님, 구청장님들이 수천명에 달하니까. 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첫 번째 요구는 위생과 가격이다. 다행히 외식솔루션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과 관료도 챙길 수 있는 영역이다. 백종원의 '예산시장' 프로젝트 효과로 올해 1~4월 예산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 대비 42% 늘었다.

박문수 생활경제부 mj@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