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전진당 등 500석 중 과반
민정이양 관건은 '야권 대통합'
중도 성향인 제3당 참여에 달려
14일 태국 방콕에서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 이후 2번째 총선을 치른 태국에서 왕실 개혁을 내세우며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신생 야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군부의 입김으로 총리 교체는 쉽지 않을 전망이나 태국 내에서 민주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왕실 개혁 외치는 신생 정당 돌풍
방콕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14일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 총선이 열렸다.
15일 완료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전진당(MFP)은 151석을 차지했다. 2014년 창당한 MFP는 지난 2020년에 쿠데타 군부와 대립하다 해산된 미래선진당(FFP)을 승계했다고 주장하며 군부와 군부의 쿠데타를 묵인하는 왕실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왕실모독죄 폐지 등을 주장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앞서 태국에서는 2020년 군부와 왕실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최대 야당인 프아타이당은 이번 선거에서 141석을 얻어 MFP에게 제2당으로 밀렸다. 프아타이당은 이번 선거에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을 총리 후보로 내세웠으나 탁신 집권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제 1당 자리를 잃게 됐다.
과거 타이락타이당을 이끌었던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그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은 군부에 의해 해산된 타이락타이 세력을 이어받아 프아타이당을 창당하고 2011년에 총리에 올랐지만 2014년에 탄핵 당했다.
제 3당 자리는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품차이타이당(71석)에게 돌아갔다. 품차이타이당은 중도 성향으로 불리고 있지만 현재 군부 중심의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쿠데타 군부와 연계된 정당들은 성적이 좋지 못했다.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0석, 36석을 얻었다.
■민정이양 가능성 낮아
외신들은 비록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민정이양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태국은 상원의원 250명과 하원의원 500명으로 구성된 양원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에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탁신 세력을 견제한다며 국민투표를 통해 2007년부터 상원의 절반을 임명직으로 바꿔 버렸다. 그 다음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도 국민투표를 열어 2017년부터 상원 전체를 임명직으로 전환했다.
총리 선출 과정에는 상원과 하원 전부가 참여하며 군부의 상원의원이 모두 군부의 편을 든다면 야권이 아무리 연합해도 376표를 얻어야 한다. MFP와 프아차이당의 의석을 모두 합하면 292석으로 향후 연정 과정에서 품차이타이당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현지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후 60일 이내에 공식 선거 결과를 발표하며 총리 선출은 오는 7∼8월 무렵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패통탄의 성공과 탁신 가문의 부활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지만 MFP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는 42세의 기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미국 하버드대와 메사추사츠공과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그랩의 임원 등으로 일하다가 2019년 총선에 FFP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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