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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커진 세계경제… ‘실용적 다자주의’ 필요하다" [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 인터뷰]

<3> 크리스티안 에베케 IMF 전략·정책·검토부서장
올 글로벌 경제성장률 2.8% 예상
향후 5년간 3%대 성장세 머물것
성장 전망치 1990년 이래로 최저

"극심한 지정학적 긴장과 상호 신뢰 부재 상황에서 다자간 시스템을 개혁하는 건 실현 불가능할 수 있다. 한 국가의 일방적인 조치로 다른 국가에 경제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다자간 합의된 '가드레일(guardrail.방호책)'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4월 19일 주최한 2023 FIND·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티안 에베케 국제통화기금(IMF) 전략·정책·검토부서장은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매커니즘이 이젠 글로벌 경제 변화에 적응해 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변화 등 각국의 공통 관심 분야이자 대응이 시급한 이슈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시간을 소모하기보다 소규모 국가 그룹별로 실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격해진 지정학적 긴장감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유동성 흐름과 경제·금융지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다음은 에베케 부서장과 일문일답.

"불확실성 커진 세계경제… ‘실용적 다자주의’ 필요하다" [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 인터뷰]
크리스티안 에베케 국제통화기금(IMF) 전략·정책·검토부서장이 지난 4월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2023 FIND·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뉴노멀(New Normal·새 기준)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는 높은 불확실성의 순간에 서 있다. 올해 초 안정화 신호들이 감지됐지만 이내 쇠퇴했고 현재로서는 전망이 불확실하다. 최근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2.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향후 5년간 3%대 성장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중기성장 전망치다.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높은데다 (최근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등) 은행권 이슈로 인해 인플레이션 억제 및 금융안정성 확보 방안은 더욱 복잡해졌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끈질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에너지 및 식품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영향이 크다. 다수 국가에서 에너지 및 식품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아직 고점을 찍지 않았다. 우리는 올해 연말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전년동기 대비 5.1%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전히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급격한 통화긴축정책으로 금융권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과도한 레버리지, 신용 위험 금리 노출, 단기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재정정책 여력이 제한된 국가에 속한 금융기관들은 취약해 보인다. 경제 펀더멘털이 약한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IMF는 지경학적 분절화를 △거시경제 변동성 증가 △심각한 위기 증가 △국가 버퍼에 대한 압박 증가로 진단했다.

▲IMF는 올해 1월 '지경학적 분절화에 대한 직원 토론 노트'에서 지경학적 분절화를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주요 하방 위험으로 꼽았고 올해 4월 '글로벌 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지경학적 분절화가 금융 부문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살펴봤다.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금융 채널을 통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본다. 금융 제한, 불확실성 증가, 긴장 고조로 촉발된 국경 간 신용 및 투자 자금 유출이 은행의 부채 만기 위험과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은행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지정학적 긴장은 실물경제를 통해 은행권으로 전이된다. 공급망 및 상품 시장이 중단되면 은행의 신용 손실이 악화되고 수익성이 하락한다. 위험 감수 능력이 약해진 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경제성장에 더욱 부담이 된다. 이렇게 금융과 실물 경제가 악순환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흥국·개발도상국 은행들과 자본화 비율이 낮은 은행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으로인데 금융 분절화가 심해지면 투자 가능한 국가들이 줄어들면서 국제적 위험 분산 가능성이 낮아져 자본 흐름과 주요 경제 및 금융 시장 지표가 뒤흔들릴 수 있다.

―최근 IMF가 발간한 보고서 '지경학적 파편화와 다자주의의 미래'에 따르면 다자주의가 쇠퇴할 경우 저소득 국가의 복지도 감소한다고 한다.

▲IMF는 지난해 10월 지경학적 파편화가 아시아 지역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다수의 보고서를 낸 뒤 지경학적 분절화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과 4월에는 △무역 분절화, 해외직접투자 분절화, 금융 분절화에 따른 비용과 △지경학적 분절화 심화 방지 및 글로벌 공공재 보존 방안에 대한 다자간 개혁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에 존재했던 규칙 기반의 다자간 시스템이 글로벌 경제 변화에 순응해야 하는 건 타당하다. 극심한 지정학적 긴장과 상호간 신뢰 결핍을 감안할 때 다자간 메커니즘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건 실현 불가능하다.

―선진국이 다자주의를 유지하도록 할 인센티브가 있다면.

▲IMF는 올해 1월 '지경학적 분절화에 대한 직원 토론 노트'에서 국가가 다자간 매커니즘에 계속 참여하지만 특정 경우 국가의 선호도와 행동의 일치 정도에 따라 참여도가 조정되는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IMF는 이를 '실용적인 다자주의'라고 부르기로 했다. 기후변화나 식량안보, 전염병 대비 등 공통 관심 분야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자간 노력이다.

만일 다자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다자간 논의가 지지부진한 경우 소규모 국가 그룹이 무역 관련 개방적이며 비차별적인 다자간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다. 국경 무역 왜곡이나 디지털 국경 간 결제 시스템 개발 등이 그 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경제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때 글로벌 자금 유출을 완화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가드레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해당 국가의 정책 의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국제적 파급 효과를 조사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검토하는 다자간 협의 등이 생겨 날 수 있다.

크리스티안 에베케 국제통화기금(IMF) 전략·정책·검토부서장은 구조개혁 및 정책전략 전문가다. 카메룬 국적으로 프랑스 오베르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011년 IMF에 입사했다. 에베케 부서장은 IMF에서 구조 개혁, 거시 경제 안정, 국제 금융, 재정 정책, 거버넌스, 국제 이주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7년에서 2021년까지 유럽연합(EU) 사무소 부대표로 근무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지역 불평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이끌었다. 2021~2022년에는 IMF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팀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전략·정책·검토부서장으 담당하면서 폴란드의 재정분야 및 각국 검토 프로그램에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