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30대 중반 주부 A씨는 몇 달 전 담석증 진단을 받고 담낭 절제수술을 받았다. 함께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동아리 친구들도 A씨가 수술받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친구들이 벌거벗은 그의 맨몸을 쳐다봐도 흉터 같은 수술자국이 보이지 않아서다. A씨는 온종합병원에서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받아 수술자국이 그의 배꼽 주름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장) 간담췌외과 하이테크서저리팀 박광민 팀장(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주임교수)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4월말까지 3년간 남자 792명(46%), 여자 937명(54%) 등 1729명의 담낭질환자들을 대상으로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박광민 팀장 혼자서 무려 700명 넘는 담낭질환자들에게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는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4%, 411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40대와 50대가 각각 379명과 368명, 30대 220명, 70대 209명, 80대 75명, 20대 53명 순이었다. 90대와 10대도 각각 10명과 4명 씩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배꼽을 통한 2㎝ 안팎 하나의 구멍만으로 수술 기구 2개와 수술 부위를 비추는 카메라를 배 안으로 집어넣어서 시행하는 수술을 말한다.
기존 다공 복강경 수술은 복부 곳곳에 3∼5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 기구와 카메라를 따로따로 집어넣는 방식이어서 구멍마다 흉터가 남는다.
이 때문에 여성들의 경우 복강경 수술을 매우 꺼린다.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기존 다공 복강경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빨라 입원기간을 크게 줄여준다. 무엇보다 배꼽 부위를 절개하는 만큼 수술흉터가 거의 드러나지 않아 여성들이나 젊은 층에서 매우 선호한다.
온종합병원 하이테크서저리팀 박광민 팀장은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 시행 시 '역행성 담낭절제술'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 담낭절제술은 '담낭 경부→체부→기저부' 순으로 절제했다면 역행성 담낭절제술은 '담낭 기저부→체부→경부' 순서로 절제함으로써 단일공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쉽게 안전하게 시행하는 방식이다.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매우 정교한 의사의 술기가 요구되므로 수도권 대형병원들에서조차 값비싼 다빈치 로봇수술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로봇 담낭절제술은 비보험이라 600여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로봇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250여만원에 그친다. 게다가 실비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 수술비용만도 4000만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온종합병원은 해외 의료관광 상품으로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1월 30일 발령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위기 상황'을 해제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의료관광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온종합병원 박광민 팀장은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 적용대상으로는 담석증, 담낭용종, 급성 담낭염을 앓고 있는 담낭질환자들"이라면서 "담낭질환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담낭에 저장했다가 음식 섭취때 이를 분비해서 소화를 돕는 담낭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며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 증가로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담낭질환은 자연 치유되지 않으므로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복강경을 이용한 단일공 담낭절제술로 담낭을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단일공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술기가 어려운 편이라서 수술받기 전에 외과전문의의 임상경험과 전문성을 반드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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