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기차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이낸셜뉴스] 오스트리아의 한 기차 안에서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이 방송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영국 BBC, 미국 CNN 등 외신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인 14일 오스트리아 브레겐츠를 출발해 빈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정규 안내방송 대신 갑자기 20~30초 분량의 히틀러 연설과 ‘히틀러 만세(Heil Hitler)’, ‘승리 만세(Sieg Heil)’라는 나치 슬로건이 흘러나왔다.
당시 기차에 탑승하고 있던 있던 랍비(유대교 율법학자) 슐로모 호프마이스터는 “히틀러의 연설이 방송을 통해 나왔지만 열차가 즉시 멈추지 않은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라며 “방송을 통해 히틀러의 목소리와 구호가 울려 퍼졌을 때 일부 승객들이 웃기 시작했다. 열차 측에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고 나는 불안감을 느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열차가 빈에 도착하기 약 25분 전 “이상한 음악과 대화 웃음소리에서 히틀러 연설로 바뀌면서 음량이 점점 더 크게 재생되기 시작했다”면서 “처음에는 실수라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메스꺼움을 느꼈다. 방송 시스템만 해킹을 당했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열차를 납치했는지 불분명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방송을 듣고 있었던 데이비드 슈퇴크뮐러 녹색당 의원은 방송 일부를 녹음해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승무원들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라고 밝힌 뒤 당국의 명확한 경위 조사를 촉구했다.
슈퇴크뮐러 의원은 BBC에 “(당시) 기차 안에 나치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할머니가 타고 있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라며 “그 할머니가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해당 연설을 들은 현지 기자도 트위터에서 “왜 열차 전체에 히틀러 연설이 나왔나. 해킹이라도 당한 건가”라며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충격받은 것과 별개로 외국인들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연방 철도청 대변인은 CNN에 “누군가 복제 키로 기차 내 방송 시스템에 불법 접근해 히틀러 연설을 재생했다”라며 현재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 철도청은 기차 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두 명의 용의자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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