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46년을 이어온 유류분 제도가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 유류분 제도는 고인의 유언과 무관하게 일정 상속분에 대한 권리를 법정상속인에 보장해 주는 제도로, 헌법 위반 여부를 두고 찬반 공방이 치열했다.
헌재는 17일 대심판정에서 이모씨 등 5명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유류분제도를 규정한 민법 제1112조~1116조 및 제1118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유류분 제도는 제 3자나 특정인에게 피상속인의 재산이 몰리는 상황을 막아 유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977년 민법 개정 때 도입, 1979년부터 시행됐다. 민법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해 유언으로도 배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갈등 부추기는 '불효자 양성법'
이날 청구인 측은 유류분 제도의 도입 목적이 상실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류분 제도가 시행된 이후 핵가족화·평균수명의 연장·여성 지위의 향상 등이 이뤄지는 등 도입 당시의 환경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청구인 측은 "부가 형성되는데 전혀 기여를 하지 않은 유류분권자들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며 "유류분 제도는 불효자 양성법"이라고 비판했다. "상속인 결격 사유에 학대거나 유기한 경우 등은 들어가지 않아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딴 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유명 가수 구하라씨가 숨지자 20년 전 가출한 친모가 찾아와 구씨에 대한 상속분을 요구해 결국 유산의 40%를 받아 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상속인 간 갈등을 완충하기 위해 도입된 유류분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더 가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청구인 측은 "유류분 제도 시행된 이후 그동안의 증여 등을 다 따져보게 되면서 법원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라며 "과연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고도 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기여 상속인의 정당한 기여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유류분을 산정하는 것은 기여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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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필요,
문제점은 개정으로"
반면, 법무부 측은 유류분 제도의 수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분 인정하면서도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리를 펼쳤다. 일부 부작용에 대해선 받아들이되, 제도의 폐지가 아닌 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부 측은 "유류분 제도는 상속 차별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등 유족들에게 여전히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또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환경이 바뀌었다는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서 "경제 불안정성, 청년 실업률 상승 및 자산 형성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재산을 남겨 생계를 보호해 줘야 할 필요성은 제도 도입 당시보다 커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법무부 측은 "시대변화에 따른 가족공동체 개념의 변화 추세를 고려해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과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에 대해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을 받을 수 없게 하는 요구를 반영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 판단은)제도 자체가 가진 일반적 효과를 몰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제도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하긴 전에 중용의 자리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는 개정 작업을 통해서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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