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 주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쏟아야 하며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10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신생아 수는 48만4550명이었는데 2022년 26만3176명이 됐다. 급격한 변화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인식'이다.
흔히 프랑스는 미혼모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지난 2017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아기의 60%에 해당하는 77만명이 혼인 관계가 아닌 관계에서 태어났다. 이런 프랑스도 1954년에는 혼외자가 전체의 5.9%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저출산을 겪으면서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이 나라에는 '미혼모'라는 단어가 없다. 그냥 아이를 가진 엄마일 뿐이다. 사회적인 편견이 없다는 것이다.
또 가족의 개념도 넓히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주로 혼인으로 맺은 혈연 관계를 가족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혈족 관계 혹은 연합으로 구성된 사람들의 집단을 가족이라고 부른다. 동성이면서 그냥 같이 사는 사람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미혼모에 대한 시각은 연예인인 송중기를 통해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여자친구를 사귄다고 했을 때 기사 제목이 '송중기 여친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 미혼모 사실 여부는'이었다. 미혼모인지 아닌지가 더 궁금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인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기는 하다. 지난해 한 방송사에서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청소년의 임신 문제를 양지에서 공론화하게 된 것이다. 방송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혼모의 경우 가족 관계가 단절되고 남자친구가 도망갔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방영시기에 내용이 궁금해 시청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미혼모가 된 어린 엄마들은 정부의 지원이나 이런 것들을 알지 못해 상담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지원이 예전보다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혼모로 살면서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다. 부부가 함께 키워도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놓고 가는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아이 223명 중 72%인 145명이 미혼모의 아기였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도 지난해 해외로 입양 보낸 142명 중 대부분의 아이가 미혼모의 아기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2016~2021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의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제 미혼모와 가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온 마을이 아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벤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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