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아닌 기자는 못 들어갑니다."
주주총회는 경영자와 주주, 특히 소액주주들이 대면하는 거의 유일한 연례행사다. 경영자들로선 한 해 실적을 보고하고 평가받는 자리다. 주주들은 자신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경영진에 직접 전달하는 통로다. 이 중간에 서서 기업 성장사의 한 페이지가 될 주총장 현장을 기록하는 것은 출입하는 경제기자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을 필두로 '취재 목적의 주총장 취재'를 불허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장의 기자로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이전 30여년 전부터 주식을 사 모았다던 백발이 된 혜안을 가진 남대문 상인들의 모습도,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며 새롭게 한 자리를 차지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청도 직접 보고 듣고 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단히 편의적이며 퇴행적 방식이다.
단 한 가지 방법은 있다. 담당하는 기업의 주식을 1주라도 사는 것이다. 기자가 아닌 주주로서 입장이 가능한 셈이다. 한 젊은 기자는 "일부러 주총 전에 출입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기자들이 많다"고 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방식이다. 특정 기업을 출입하는 기자도 사실상 준내부자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 이득을 봤으면 그건 내부자거래에 해당한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면 출입하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해선 안 된다. 주주가 되는 순간 기자의 중립성, 공정성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취재를 하려면 '잠재적 법 위반자'가 돼야 가능하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맞지 않는 처사다. 지난 6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장에선 93세인 워런 버핏 버크셔 회장과 99세의 찰리 멍거 부회장이 온갖 질문에 답을 해주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됐다.
'자본주의 우드스톡 축제'다웠다. 언론의 취재를 막는 것은 기업의 자유이나 결코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말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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