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거북선으로 곳곳에 파손돼 있다. 이 거북선은 지난 2011년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하면서 국비와 지방비 포함 20억원을 들여 만들었으나 애물단지로 전락해 결국 154만원에 낙찰됐다. 사진=거제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20억원을 들여 제작하고도 짝퉁 논란과 부실 제작 등으로 골칫거리로 전락한 경남 거제의 거북선이 154만원에 겨우 팔렸다.
거제시는 지난 16일 진행된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을 통해 ‘임진란 거북선 1호’가 154만원에 낙찰됐다고 17일 밝혔다.
거제시는 지난 2월 1억1750만원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7번이나 유찰된 끝에 154만원에 팔렸다.
이 거북선을 낙찰받은 사람은 개인으로 사용 용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 잔금을 치르고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 계약 후 30일 이내에 물건을 인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거북선의 상태가 좋지 않아 온전한 모습으로 거북선을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내부가 3층 구조에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인 이 거북선은 무게만 100t이 넘는다. 매각 비용과 별개로 거북선 인수인계에 소요되는 모든 제반비용도 낙찰자 부담이다. 최종적으로 매각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제 거북선은 지난 2010년 김태호 도지사 재임 당시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작했다. 당시 국비와 도비를 합쳐 총 20억원이 투입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해 만들었다며 ‘1592 거북선’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건조 당시 금강송을 사용했다는 홍보와 달리 저급품인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만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손해배상 청구 등 책임공방으로 준공검사와 인수가 한참 미뤄졌다. 이 문제로 당시 김두관 지사는 대도민사과까지 했다.
건조가 완료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당초 거제시는 거북선을 지세포항 앞바다에서 승선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는 등 관리가 힘들자 결국 바다가 아닌 육지로 옮겨졌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해 왔다.
이후에는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으로 또다시 골머리를 앓았다. 거제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북선 유지보수를 위해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불했다.
지난해에는 태풍 힌남노 때문에 선미(꼬리)가 파손되면서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다.
거제시는 거북선을 전면 보수하는데만 수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고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제작 당시부터 목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태풍 등 영향으로 파손되기도 했고, 안전사고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어 처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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