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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도 엡스타인에게서 돈 받아” WSJ

[파이낸셜뉴스]
“촘스키도 엡스타인에게서 돈 받아” WSJ
성매매, 납치 등의 혐의로 유죄를 받아 2019년 뉴욕 교도소 수감 도중 자살한 헤지펀드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서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레온 봇스타인 뉴욕 바드칼리지 학장이 돈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2017년 3월 28일 뉴욕주 성범죄자 등록 사이트에 올라온 엡스타인의 머그샷. AP연합


정치학자이자 시민활동가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뉴욕 바드칼리지 학장인 레온 봇스타인이 성폭행으로 수감됐다가 자살한 헤지펀드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서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봇스타인 학장에게 15만달러(약 2억원), 촘스키 교수에게는 27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송금했다.

엡스타인이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의 오랜 고객으로 JP모간의 온갖 편의를 제공받아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들을 성폭행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시대의 양심’이라고 부르는 석학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영향력을 확대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모두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대의 양심’도 엡스타인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촘스키와 봇스타인 모두 엡스타인이 성폭행 혐의로 유죄를 받은 뒤 수차례 만났다.

엡스타인은 2019년 뉴욕에서 성매매, 납치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돼 그 해 자살했지만 이미 2006년에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교도소를 다녀 온 바 있다.

촘스키는 엡스타인을 때때로 만나 정치적, 학술적인 주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고, 봇스타인은 바드칼리지 기금 마련을 위해 엡스타인과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봇스타인은 엡스타인과 연관된 계좌에서 2016년에 약 15만달러를 수표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돈을 바드칼리지에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봇스타인은 엡스타인이 자신을 컨설턴트로 지명해 수수료 형식으로 이 돈을 줬지만 그에게 컨설팅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촘스키도 2018년 3월 엡스타인과 연관된 계좌를 통해 약 27만달러가 자신의 계좌로 이체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이 돈은 다른 계좌에 있던 자신의 돈이라면서 엡스타인에게서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엡스타인 계좌를 통해 돈이 전달된 이유에 대해 첫째 부인이 사망한 뒤 공동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재정자문을 받아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촘스키는 “15년 전 첫 아내가 사망한 뒤 재정문제를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엡스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면서 엡스타인이 특정계좌 자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할 것을 권고했고, 이 과정에서 엡스타인과 연관된 계좌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엡스타인은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14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과 협상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13개월만 복역한 뒤 풀려났다.

당시 이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터라 촘스키와 봇스타인 모두 엡스타인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