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 News1 이재명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후세에 물려준다는 뜻의 유류(遺留)분 제도는 '불효자 상속법'일까, 아니면 상속인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일까.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규정한 유류분 제도가 다시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
'유산 쏠림' 막는 제도
유류분 제도는 제3자나 특정인에게 피상속인의 재산이 몰리는 상황을 막고, 상속인들이 일정 비율의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지난 1977년 민법 개정 때 도입됐고, 시행은 1979년부터다. 이에 따르면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앤액 절반인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 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한다.
이는 유언과 무관하게 분배되는 재산으로, 예를 들어 부친이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어느 한 명의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몰아줬어도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자신의 증여분을 챙길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듯한데 최근 몇 년 간 유류분 제도를 둘러싼 위헌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유류분 제도의 위헌 논란의 핵심은 사유재산 처분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여부다. 미리 증여받은 수증자는 부모의 사망 순간 유류분권자에게 재산 반환 위험에 처한다. 얼마를 줘야 할지, 실제로 시행해야 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수십년간 교류가 없었던 자녀나 부모에게도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는가'도 민감한 질문이다.
위헌을 주장하는 측은 이 제도의 도입 목적이 상실됐음을 강조한다. 1977년 유류분 제도가 도입될 당시 유산은 아들, 특히 장남을 중심으로 상속됐다. 부인이나 딸의 재산 상속 권리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도 유류분 제도의 도입 정당성을 줬다.
그러나 여성 지위가 향상되고 평균수명의 연장, 핵가족화 등 사회적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유류분 제도는 그 목적을 상실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부모와 불화가 있던 자식이, 또 부가 형성되는데 전혀 기여를 하지 않은 유류분권자들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부정적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가 가출했던 친모가 사망 후 유산의 40%을 상속받았던 고 구하라 씨의 사건이다. 이후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17일 헌재에서 열린 유류분 제도 헌법소원심판 첫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부(재산)가 형성되는데 전혀 기여를 하지 않은 유류분권자들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며 "유류분 제도는 불효자 양성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법무부는 제도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폐지가 아닌 개정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상속 차별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여전히 유류분 제도가 하고 있다는 의미다.
헌재는 지난 2010년,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를 따진다. 헌재는 앞선 두 번의 심판에서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및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보장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입법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정당성을 수긍할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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