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4시50분께 충북 음성군 감곡면 감곡사거리에서 A(77)씨가 몰던 승용차가 길을 걷던 10대 여학생 2명을 친 뒤 전신주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충북 음성에서 승용차를 몰던 77세 A씨가 10대 여학생 2명을 치었다. 이 사고로 중학교 1학년 B(13)양과 고교 1학년 C(16)양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B양은 사고 2시간여 만에 숨졌고 C양도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던 중 이튿날 오전 사망했다. A씨는 사고 이후에도 가드레일과 전신주를 잇달아 들이받고서야 정차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어떻게 사고가 난 건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 전(18일) 충북 음성군 감곡면 한 사거리에서 발생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지난 십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들도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 원인으로 음주운전보다 고령운전이 몇배 이상 높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한정면허' 등 고령운전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고령운전 사망사고, 음주운전에 3배
20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916명 중 709명(24.3%)은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206명(3.1%)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 사고의 비율은 최근 10년 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2년 13.3%에서 2021년 24.3%로 총 11.0%p 증가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 증가가 2012년 11.7%에서 2021년 17.1%로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약 2배 높은 수치다.
실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연구 결과 고령운전자와 비고령자가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을 하거나 조향장치의 조작(급좌·우회전, 급유턴 등) 시 비고령운전자와 비교해 위험행동을 보였다.
■해외서는 '한정면허' 등 다양한 제도 운영
일부 해외 국가들은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 유도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운전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운전 가능한 장소·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2010년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법적·기술적 제도를 통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방지책을 마련했다.
일본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일정 연령 이상의 운전자는 면허 갱신 시 교육을 받고 인지기능검사를 받도록 하는 한편, 비상제동장치 및 페달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장치 등의 기능이 추가된 '서포트카S'를 도입해 한정면허를 발급받는 경우 운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체기능이 저하됐다는 것을 인지한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할 경우, 은행금리 우대·백화점 무료배송·택시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의 운전면허 반납 유도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주마다 상이하지만 운행 장소·시간 등을 제한하는 한정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고, 호주는 매년 의료평가를 받도록 하며 안전운전장치가 있는 자동차만 운행하는 보조장치제한 등을 선택하도록 규정했다.
■한국도 '조건부 면허제도' 만지작
한국 정부도 고령 운전자 사고 방지를 위해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여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법적·기술적 제도를 결합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도는 고령운전자에 대한 운전 평가를 통해 야간 혹은 고속도로 운전금지, 최고속도 제한, 안전장치 부착 등 조건을 걸어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다.
경찰청은 연간 12억원씩 총 36억원을 투입해 지난해부터 3년간 가상현실(VR) 기반 운전 적합성 평가 방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2024년에 연구를 마무리한 뒤 2025년부터 본격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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