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근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 원자재법 등 공급망 이슈가 쉴새없이 경제안보 환경을 뒤흔들고 있지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내의 법·제도 정비는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5월 임시국회에서도 '공급망 기본법'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내 법·제도는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법' 지지부진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공급망 기본법)'은 지난 15~1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축조 심사(법률안을 한 조항씩 차례대로 낭독하며 심사하는 방식)만을 마친 채 끝이 났다. 소위에서 의결돼도, 기재위 전체회의 의결, 법사위 심사, 본회의 의결 등 입법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심사가 늦어진 건 맞지만 이번 소위에서 5시간 가량 논의를 이어갔다. 이것은 고무적"이라며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축조 심사를 마쳤으니 탄력을 받아 조속히 통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공급망 기본법'은 위기 발생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컨트롤타워(공급망 안정화 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각국의 자원 블록화 현상 속에 미중 신냉전까지 맞물린 자원 무기화와 수출통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핵심 자원 확보 현황과 세계 수급 상황, 향후 소비 전망 등에 대한 국가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공급망 기본법과 함께 '공급망 3법'으로 불리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소부장특별법 개정안)' 등도 국회에서 무한 표류 중이다.
기재부는 "미국, EU,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은 이미 자국 공급망 강화를 위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고 자원 부국은 수출규제로 공급망 다운스트림(하방산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국 '총성없는 전쟁'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공급망 강화'를 띄우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정상과 만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데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공급망 공조를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출범 2년차 첫 국무회의에서 "전 세계가 총성없는 경제 전쟁, 정보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며 "우리 산업이 운영되는데 필수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에너지, 광물 등의 공급망 안보를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공급망 전쟁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3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니켈, 전기동, 코발트 등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비철금속 대부분이 중국에서 정련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주요 수입국들은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직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난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공급망 교란에 따른 하방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공급망 기본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우리나라 시스템 완비가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공급망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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