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에너지 전문가'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회장
-지경부, 대통령실 산업비서관, 산자부 2차관 등 주요 보직 거쳐
-"수소는 지구 궤멸을 막고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미래 청정 에너지"
-작년 5월엔 세계 20개국 수소관련 단체 연합체인 '세계수소산업연합회' 초대의장까지 맡아
-올해 9월 고양 킨텍스서 수소기술 전시회 및 세미자 개최해 한국 수소 기술 수준 소개 예정
-삼성, 현대차 등 대표기업과 함께 세계 전시회 참석하기도
-"한국 청정수소 표준 인증 설계중..글로벌 표준 인증화 위해 선도적 역할" 강조
[파이낸셜뉴스]
정인홍 정책부문장
그만큼 수소에 진심이 있는 이가 있을까. 지금 지구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증환자다. 현대 문명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별 생각없이 배설한 결과물이다. 화석연료 덕에 편리한 문명사회를 이뤘지만 그 댓가는 혹독하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이로 인한 이상기후는 지구촌 곳곳에서 역대급 물난리, 태풍, 가뭄 등 다양한 버전으로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인언스(H2KOREA)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지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을 지냈다. 문 회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미래 에너지의 대안은 수소”라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에 중독돼 점점 맥박과 호흡이 희미해져가는 지구에 필요한 치료제는 ‘수소호흡기’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문 회장의 목표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미래에너지 보고(寶庫)인 수소경제의 글로벌 생태계를 선도하는 거다. 문 회장은 미래 수소생태계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수소경제 필요성의 공유, 민간 및 정부간 윈윈 정책 수립, 인증 표준화 등에 필요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꼽았다. 한국의 수소경제 생태계는 아직 초보수준이다. 파이(시장)도 미미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인프라나 정부 차원의 지원도 걸음마 단계다.
문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 및 글로벌 선도국가로 가기 위한 비전과 의지는 매우 명확하고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전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미래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라는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얼마만큼 현실적으로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수소 전도사’답게 문 회장은 작년 5월 전 세계 20개국을 대표하는 각국 수소관련 민간단체 협력 네트워크인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Global Hydrogen Industrial Association Alliance)' 초대 의장까지 맡았다. 이달 11일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 수소 서밋(World Hydrogen 2023 Summit & Exhibition)' 한국세션(South Korea to the World)에서 한국 수소 산업을 홍보하기도 했다. 문 회장에게 대한민국의 수소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왜 인류에게 수소가 필요한 지 등을 들어봤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미래에너지로 왜 수소가 돼야 하는 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 H2KOREA
―왜 미래 에너지가 수소여야 하나.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80억 인류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기후변화로부터 보호받으려면 탈 탄소사회로 가야하는데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기술에너지 활용이 대안이다. 다만 원자력은 방사성 폐기물,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쓰고자 할 때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바람이 불고 태양광이 있을 때만 생산된다. 정작 우리가 에너지 쓰고자 할 땐 서 있다. 수급 균형이 안맞는다. 수소가 그런 단점들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떤 상태의 수소를 말하나.
▼수소가 자연상태에 있는 건 아니고, 불행하게도 홀로 있지 않다. 탄소와 결합해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질소와 결합해 냄새 고약한 암모니아를 뿜고, 산소와 결합에선 물이되는데 그걸 깨서 수소를 뽑아내야 한다. 하지만 탄소나 질소를 깨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나온다. 전기를 갖고 물을 분해하면 수소를 뽑아내고 부산물로 산소가 나온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라고 본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성장 동력을 수소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이 수소경제에 발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수소경제가 꼭 필요한 이유는 뭔가.
▼우리가 수소경제를 얘기하는 건 미래의 에너지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조달할 것인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탄소시대가 끝나면 석탄, 석유 등은 환경규제로 인해 쓰지 못하게 돼 결국 수소가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 대안과 환경 목표에 부합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수소에너지가 자동차, 비행기 등 운송수단에 왜 적합한 지.
▼현재 소형차는 전기차 중심으로 가고 있고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나 선박, 비행기는 지금의 배터리 기능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형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큰 수송수단에는 수소가 대안이다. 테슬라의 스페이스 X 우주선을 띄우는 연료는 수소다. 수소가 그만큼 파워가 있다. 같은 용량이면 수소에너지가 천연가스에 비해 2.4배 파워가 더 있다. 엄청난 중량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밀어올리거나 움직이려면 수소가 가장 효과적이다. 수소 특성은 엄청난 파워를 활용하고, 부산물로는 순도높은 물이 나온다. 이미 현대차 수소트럭은 스위스에 수출됐다. 조만간 미국 캘리포니아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다.
―우리의 수도버스 도입 현황은.
▼얼마 전 인천광역시에서 서울과 인천을 다니는 광역버스 회사에서 130대를 쓰기로 하고 운행을 시작했다. 한번 충전에 10~15분 걸리며 600km 간다. 승차감도 좋고, 수소도 기본적으로 전기차니 쾌적하다. 시민들도 수소버스 이용하면 지구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뿌듯함도 있을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전기차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차를 구동시키는 방식이고, 수소차는 자동차 안에 연료전지(발전시스템)를 설치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뽑아내 구동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는 3만개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반 정도다. 수소연료차는 전기차에 비해 부품이 더 많이 들어가는데 고도의 핵심 기술력이 필요하다.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체들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있을 수 있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수소경제 구축을 비롯해 한국 표준인증제도 도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H2KOREA
―현 정부의 수소정책은 선진국에 비해 어떤가.
▼윤석열 정부는 미래 수소경제를 선도하겠다는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천명한 바 있다. 굉장히 바람직하다. 에너지 정책이 어려운게 정부가 바뀔때마다 정책에 변화가 있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산업계 불만인데 수소경제에 대해선 정부가 바뀌었어도 정책 일관성이 있다. 수소경제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많은 과제가 있다. 우선 정부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초기단계에서 많은 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비전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미래 수소경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을 얼마만큼 현실적으로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H2KOREA의 올해 주요 정책목표가 있다면.
▼에너지는 초기단계에 많은 투자가 들어가 투자회임 기간이 길다. 금방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다. 올해 세계1등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3대 전략을 세웠는데, 첫째가 스케일 업(Scale UP)이다. 발전, 수송 생태계 성장을 위한 대규모 수요창출을 말한다. 둘째는 빌드 업(Build UP)인데 청정수소 기반 생태계 전환을 위한 인프라 제도 육성이다. 셋째가 레벨 업(Level UP(으로, 수소산업의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신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H2KOREA의 핵심 역할과 기능은.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2020년 통과한 수소경제진흥법에 따라 지난 2021년 수소경제를 진흥시키기 위한 전담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수소산업을 하는 민간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일종의 파트너쉽 기관이다. 우리나라가 갖고있는 수소관련 모든 역량을 총 결집하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수소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수소시장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민간기업도 있지만, 인프라와 기본적 제도 설계하는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이러한 지혜를 모두 모아 정부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일종의 구심체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수소경제는 어느 한 기업,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민간, 정부,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성과는.
▼올해 3월 현재 61개사에 대해 수소전문기업 확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기업들이 수소 생태계 전반에 균형 발전에 기여하도록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시장개척을 지원해주고 있다. 예비 수소전문기업도 총 34개사 발굴,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미국 수소연료전지협회 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전시회도 하고 국제기술 세미나도 하고 있다. 우리 산자부와 한국대표 기업들하고 '팀코리아'를 구성해 전시회도 하는 등 한국 수소산업 소개도 했다. 작년 5월 세계 20개국 각국을 대표하는 수소관련 단체가 구성원이 된 세계수소산업연합회도 설립해 제가 초대 의장을 맡게됐다. 세계 수소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 기조연설을 하고 왔다.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표준인증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나.
▼올해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에너지 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숙되기 위해선 글로벌하게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 표준인증 분야다. 자국 기술보호주의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술 기준이 하나로 통합되고, 조화를 이뤄야한다. 세계수소연합회를 결성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수소가 국제무대에서 교역이 가능하려면 두가지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나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과연 그린수소냐 청정수소냐인지 인증을 해줘야 한다. 원산지 증명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소를 수입하는 데 진짜 호주산인 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청정수소인증제'라고 한다. 우리도 내년 초쯤 확정할 생각이다. 기업들과 정부,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중심이 돼 설계중이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국제 룰인 WTO(세계무역기구)처럼 수소 생산방식, 교역 조건 등 수소거래에 필요한 국제적 룰을 말한다. 작년처럼 올해 9월 고양 킨텍스에서 세미나를 개최해 한국 표준인증제도가 국제사회 표준인증과 부합하도록 노력할 참이다. 수소전시회와 기술세미나에서 청정수소 인증제도를 주제로 전문가와 산업계를 초청할 생각이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회장
―미국의 동향은.
▼수소가 미래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라는 데 동의한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피해를 주는 법으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미국의 큰 그림은 자국의 탄소중립을 위해 어떻게 갈 것인가, 수소생산 상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RA내에)수소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 있다. 이를 미국에선 'Earth shot'으로 부른다. 지구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놓는 주사 한 방이라는 의미다. 향후 10년내 그린수소 생산 단가를 현재 kg당 5~7달러에서 1달러까지 낮추겠다는 포부다.
―이달 말 개최되는 제주포럼에서 수소관련 기조발표를 하는데.
▼포럼측에서 미래 에너지인 수소의 글로벌 생태계 구축 등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해서 (주제발표를) 구상중이다. 왜 우리와 전세계가 수소를 해야 하는 지, 글로벌 수소경제가 제대로 가기 위해 각국 정부나 산업계는 무엇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밝힐 예정이다. 그동안 제가 한국의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고, 에너지관련 국제기구에서 근무도 하면서 그런 것들이 저한테 쌓여 지금 수소라는 미래에너지를 만들어가는 노력의 과정에 있게 된 게 큰 보람이다. 저로선 큰 역할이다. 탄소시대에는 한국이 구조적으로 취약했지만 미래의 탈탄소사회에서 똑같은 상황을 반복해선 안된다. 진짜 한국이 수소경제에 있어 선진국이 돼야 한다. 충분히 그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주안점을 둘 부분은.
▼H2KOREA가 수소경제 진흥을 위해 해야 할 과제는 어마어마하다. 무거운 책임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역량은 굉장히 부족하다. 인력도 전문성도 부족한 상태다.
저희로선 회원사가 큰 자산이다. 민간을 비롯해 연구소 등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수소 관련 전문 지식과 정부 의지를 통합 조율해 시너지를 내는 정책으로 구현해내는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 또 전문인력, 조직확대 등도 차츰차츰 고민해서 해결해나갈 예정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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