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美까지 아시아나 합병 제동, 외교력으로 풀어야

[fn사설] 美까지 아시아나 합병 제동, 외교력으로 풀어야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유럽연합(EU)에 이어 이번엔 미국의 벽을 만나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는 미국 법무부가 양사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 항공사 간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건 적이 없다. 소송이 현실화되면 그 첫 사례가 되는 것인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불허가 그럴 만큼 미국 입장에서 절박한 사안인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EU도 앞서 제동을 걸었다.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해 6월 말까지 경쟁제한 우려 해소방안이 담긴 시정조치 내역을 제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미국이 소송 근거로 삼고 있는 것도 자국 내 경쟁 피해다.

EU나 미국이나 겉으론 역내 경쟁 위축에 대한 우려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철저한 자국 이익이 그 중심에 있다. EU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의 한국 노선 손실을 걱정한다. 미국은 대한항공이 마이크로칩 같은 핵심 상품의 화물 운송에 대한 통제권을 많이 갖게 돼 공급망 탄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기에 확고한 주도권을 잡는 것은 물론 당사국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산업을 최우선시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이익 앞에 동맹 가치가 뒷전으로 밀린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럴수록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과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벌써 2년이 넘는 세월을 흘려 보냈다. 심사 대상인 14개국 중 11국이 승인했고 남은 곳이 EU, 미국, 일본 세 곳이다. 우리와 해빙 무드에 있는 일본의 늑장 조치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한항공은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등의 대안을 마련 중이다.
그동안 각국에 대응하기 위해 쓴 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벽을 넘어야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정부도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