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T 규제 당국, 美 마이크론 심사 결과 보안 문제 있다고 밝혀
금융과 교통, 데이터 등 중요 시설에서 마이크론 제품 사용 금지
G7의 對중국 견제에 보복 가능성
지난해 2월 11일 미국 버지니아주 마나사스에서 촬영된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제품에 보안 문제가 있다며 중국 내 주요 사회기반시설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주요 7개국(G7)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한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며 보복 가능성을 의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21일 발표에서 마이크론 제품이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AC는 지난 4월 31일 국가안보 목적으로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진행한 이번이 처음이다.
CAC는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사회기반시설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법률에 따라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의 폴 트리올로 중국 담당 수석 부사장은 “이번 조치는 마이크론에 큰 악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말한 중요 시설의 범위에 따라 피해 규모가 정해질 것”이라며 “금융과 교통, 에너지, 데이터 분야가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순위 세계 5위의 반도체 기업이며 같은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308억달러(약 40조72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알려졌다. 이는 같은해 글로벌 매출의 25%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리올로는 특히 중국의 데이터 센터가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이라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19~21일 열린 G7 정상회의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G7 정상들은 20일 경제안보에 대한 별도의 공동 성명을 내고 경제적 강압을 휘두르는 세력에 맞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플랫폼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을 노린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자 곧장 마이크론에 대해 안보 심사를 예고했다. 미 정부 역시 지난달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알려졌으며, 중국은 같은달 27일 미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패니의 상하이 사무소 직원들을 심문했다.
CAC는 이번 심사가 국가 안보에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확고히 추진하고 법률과 법규를 준수하기만 하면 각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FT는 이번 조치로 중요 시설과 관계없는 중국 기업들마저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꺼릴 수 있다며 사건의 여파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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