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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중국 역사, 김치는 한국 음식' 中 AI챗봇에 물어보니

- 상추쌈·부대찌게·떡 ‘한국 음식’
- 윤동주는 조선족, 한글 빠진 세종대왕
- 고구려·온돌은 중국 것
- 무료 테스트 버전에선 김치·고구려·온돌·한복·아리랑·삼계탕·삼겹살·상추쌈· 된장·떡·윤동주 등 ‘중국 것’이나 ‘중국인’

'고구려는 중국 역사, 김치는 한국 음식' 中 AI챗봇에 물어보니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어니봇’(중국명 원신이옌)으로 '고구려'를 검색한 결과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어니봇’(중국명 원신이옌)은 고구려, 온돌 등을 중국 역사로, 윤동주는 중국인 조선족이라고 답변했다. 바이두 백과사전과 동일했다.

반면 김치, 삼겹살, 삼계탕은 모두 ‘한국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돈을 내면 글을 등록 대행해 주고 편집할 수도 있지만 어니봇은 중국 안팎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전에 학습하는 원리라는 점이 결과물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파이낸셜뉴스가 어니봇 서비스를 이용해 그간 ‘동북공정’ 논란이 된 23개 주제를 검색한 결과 대부분이 ‘한국 문화’라고 나왔다.

한국어, 중국어로 각각 질문했어도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니봇은 외국인을 회원으로 승인하는 사례가 드물어 유료 정회원으로 가입한 중국 현지인에게 의뢰했다. 또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해당 단어만 입력했다.

상추쌈·부대찌게·떡 ‘한국 음식’

우선 중국의 파오차이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김치의 경우 ‘발효된 채소와 고추, 마늘, 생강 등의 양념으로 만든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중국이 강조하는 파오차이(泡菜)라는 중국어로 입력해도 결과는 유사했다. ‘파오차이는 배추, 무 등 채소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킨 전통 한국 음식이며 만드는 과정에서 고춧가루, 대파, 마늘 등의 양념을 넣어 맛과 영양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한국인의 노력과 지혜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한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삼계탕도 마찬가지다. 한국어와 중국어(参鸡汤) 질문 모두 ‘한국의 전통음식 중 하나’라고 밝혔다. 삼겹살 역시 ‘한국의 대표적인 고기 요리이며 해외에도 소개돼 많은 외국인이 즐겨 먹고 있다’(한국어), ‘한국의 불에 굽는 중요한 대표 음식 중 하나’(중국어·五花肉)라는 설명이 달렸다.

삼겹살과 함께 원조 논란이 발생한 상추쌈(生菜包饭)은 내용 부분은 다소 상이했으나 ‘한국의 전통적인 채소요리’(한국어), ‘건강하고 편리한 한국음식’(중국어) 등 ‘한국 음식’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윤동주는 조선족, 한글 빠진 세종대왕

윤동주, 손흥민 등 역사적 인물이나 유명인도 검색에 포함시켰다. 일부 인터넷과 유튜브에선 이들을 중국인이라고 주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한국어로 묻자, 어니봇은 조선왕조 4대 군주(세종대왕), 조선왕조 때 유명한 장수(이순신), 대한독립운동가(안중근), 한국의 대표 시인(윤동주), 한반도의 여성 독립운동가(유관순), 한국의 축구선수(손흥민) 등으로 소개했다.

다만 중국어로 검색할 경우 윤동주는 바이두 백과사전과 동일하게 아직 ‘조선족 애국 시인’으로 표시했다. 또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에 대한 내용이 빠졌고, 안중근은 ‘한국 사회활동가·인권 옹호자이며 104세 때인 2020년 1월17일 세상을 떠났다’는 엉뚱한 답변이 올라왔다. 유관순은 ‘유명한 한국 소설가이자, 평론가, 문학이론가’라고 썼다.

한식, 인물과 함께 동북공정 대상으로 지목된 한복(韩服)은 한국어·중국어 모두 ‘한국의 전통의상을 말하며 한국의 옛 옷이라고도 한다’고 제시했다. 또 태권도(跆拳道)는 ‘대한민국에서 발전한 무술’(한국어)·‘태권도의 역사는 고대 한국 삼국시대’(중국어), 거북선(龟船)은 ‘조선왕조시대 군함으로 사용된 한국의 대표 선박’, 경복궁(景福宫)은 ‘대표적인 한국 역사와 문화유산’, 다보탑(多宝塔)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라고 전했다.

'고구려는 중국 역사, 김치는 한국 음식' 中 AI챗봇에 물어보니
중국식 온돌, 사진=바이두 캡처

고구려·온돌은 중국 것

하지만 고구려(高句丽), 온돌(热炕·火炕), 아리랑(阿里郎)은 완전히 어긋났다. 중국 동북공정의 핵심인 고구려는 ‘고구려 유산은 현재 중국과 한국의 문화유산’(한국어), ‘중국 역사상 삼국시대부터 당나라까지 고대국가’(중국어)라고 어니봇은 주장했다.

온돌은 한국어에선 ‘한국 전통 건축 대표적 요소’였으나 중국어로 질문하자 ‘중국 북부지방의 전통적인 난방방식이며 중국 전통문화의 중요한 상징’이라고 답했다.

아리랑은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한국어), ‘한국전쟁 때 처음 등장해 조선인민군(북한) 병사들 간의 친밀한 호칭’이라고 각각 다른 풀이를 내놨다.

독도(独岛)는 ‘한국은 독도를 뗄 수 없는 영토의 일부로 보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도 이 섬에 대한 영유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료 버전에선 대부분 '중국 역사'

어니봇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바이두 검색 기능에 별도로 마련된 어니봇 무료 테스트 버전에 각 단어와 ‘각 단어 유래’를 검색하면 김치, 고구려, 온돌, 한복, 아리랑, 삼계탕, 삼겹살, 상추쌈, 된장, 떡, 윤동주 등을 ‘중국 것’이나 ‘중국인’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생성했다. 이들 답변이 주로 인용하는 곳은 바이두 백과사전과 바이두 지식인, 바이두 창작·출판·수익창출 통합 콘텐츠 플랫폼 백가호, 블로그 등이었다. 어니봇, 테스트 버전, 바이두 백과사전 셋 다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