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등 특수채 4대장 올해 약 19조원어치 발행
한전채는 전년 대비 줄어..주금공사채 등 증가세
회사채는 5월, 올해 처음 상환이 발행 웃돌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채권 시장에서 몸집을 줄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채와 달리 뒤따르던 공기업들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은행들이 빚을 갚으면서 은행채 영향력도 줄고 있으나 특수채는 꾸준히 발행되면서 위세를 지키고 있다. 이에 자리를 뺐긴 회사채는 이달 들어 처음 발행이 상환에 역전당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한전채(10조3500억원)를 비롯해 한국주택금융공사채, 한국토지주택공사채, 한국도로공사채 등 합산 발행금액은 18조7390억원(1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발행액 기준 선두는 단연 한전채다. 지난 16일엔 2년물(2200억원), 3년물(1800억원)을 합쳐 4000억원어치를 쏟아냈다.
발행액 증가 속도는 잦아드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6400억원) 대비로는 11.1%(1조2900억원)가량 줄었다. 2·4분기부터 전기요금을 5.3% 인상키로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인상 폭이 업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역마진’ 구조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한전이 채권발행을 고집할 동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임영주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가 상승하고, 천연가스 가격도 하향 안정되면서 가중평균 계통한계가격(SMP) 역시 하락하고 있어 영업손실 폭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향후 한전채 발행액이 감소세를 보인다면 공사채 시장에서 이로 인한 수급 부담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사채가 발디딜 곳을 잡아 먹어왔던 은행채도 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이달 은행채 순상환액은 1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 따져도 22조3700억원어치가 순수하게 상환됐다.
문제는 한전채를 제외한 여타 특수채들이다. 주택금융공사채(2조9400억원), 토지주택공사채(2조8490억원), 도로공사채(2조6000억원) 등이 2조원을 넘어섰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66.1%, 30.4%, 80.6%%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HF)는 40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 사업의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비롯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토지·도로 등 인프라 수요를 맞추기 위해 토지주택공사나 도로공사 역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회사채 시장은 발행을 멈추는 분위기다.
지난 1월 4조6969억원에 달했던 발행액이 4월에는 1조355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고, 이달은 686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미국 지역은행발 금융 리스크,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급등했던 하이일드(비우량채권) 스프레드가 현재는 다소 안정됐으나 하반기에도 글로벌 신용 경계감은 상존한다”며 “뱅크런 이후 크레딧물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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