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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난민 추방'.. 갓난아기까지 바다 한복판에 떠밀었다

그리스, 난민 12명 순찰선에 태운 후 이동
돛없는 고무보트 옮겨태워 바다로 밀어내

사악한 '난민 추방'.. 갓난아기까지 바다 한복판에 떠밀었다
난민들이 승합차에서 내리는 모습(왼쪽)과 이들이 고무보트에 올라탄 채 바다 한가운데로 밀려나는 모습(오른쪽). /사진=NYT 영상 캡처
[파이낸셜뉴스] 아프리카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그리스로 넘어온 난민 가족.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이들을 고무보트에 태워 바다 한복판으로 밀어냈다. 고무보트에 태워 바다 한가운데로 밀려난 이들 중에는 갓난아기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 11일 그리스 남부 레스보스 해안 상황을 담은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아프리카 내전으로 고향 떠난 난민들

NYT 보도에 따르면, 이와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송환’은 당시 해안가 도로에서 난민 12명이 한 승합차에서 내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남성 몇 명의 감시 속에 승합차에서 내렸고, 부둣가로 옮겨진 후 그리스 해안 경비대 순찰선에 오른다.

순찰선은 바다를 가로질러 에게해 한복판으로 이동하더니 그리스 영해를 벗어나자마자 난민들을 엔진도 없는 고무보트에 태워 바다 한가운데로 밀어낸다. 순찰선은 이후 그대로 돌아가버린다.

난민들은 돛도 닻도 없이 뗏목과 다름없는 비좁은 고무보트에 실린 채 공포에 떨며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이들은 위로는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아래로는 바닷물이 출렁이는 난감한 상황에서 1시간 가량을 보낸 후에야 튀르키예 해안 경비대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사악한 '난민 추방'.. 갓난아기까지 바다 한복판에 떠밀었다
그리스 바다 떠돌다 튀르키예 경비대에 구조된 난민 아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대 엄마와 생후 6개월 아기까지.. 어린이들이 다수

난민들 중에는 20대 엄마와 생후 6개월 아기, 40대 엄마와 자녀 6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들이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고향 땅을 떠나 몇 년에 걸쳐 정처 없이 타향을 떠돌아야 했던 처지라고 보도했다.

현재 그리스 법은 엔진이 없는 보트에 난민을 태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당국은 이번 영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난민들에 대한 학대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또 유럽이 난민 관리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의 이민 정책을 “냉정하지만 공정하다”며 옹호하고, 불법 밀입국 비율이 90%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