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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혁신과 규제에 낀 ‘한국형 AI’

[강남시선] 혁신과 규제에 낀 ‘한국형 AI’
"인공지능(AI)이 시나리오 작업까지 빼앗아 간다."

최근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이 AI 사용제한을 요구하며 장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영화, TV 프로그램 등 제작 과정에서 AI가 작성한 시나리오를 작가에게 수정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AI 사용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작사들이 AI를 시나리오 작성에 활용하면서 작가들을 줄이거나 임금삭감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 열풍이 거세다.

구글이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에 맞서 이달 열린 연례 개발자콘퍼런스에 발표한 대규모 언어모델 팜2(PaLM2)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바드'는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 버전으로 출시됐다. 팜2는 매개변수가 5300억개로 챗GPT의 매개변수(약 1750억개)보다 3배 이상 많아 복잡한 연산과 코딩을 지원한다. 팜2를 사용해 보니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빙'보다 최신 데이터가 더 많고, 더 정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잘못된 데이터를 바로 수정할 수 있고,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수정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어를 지원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언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할 여러 사항이 있다"며 "한국은 기술 채택에 있어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지역"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생성형 AI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빠른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열풍이 거세지면서 우리 기업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올해 하반기 한국어 기반 생성형 AI를 선보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한국어 기반 생성형 AI가 비영어권 언어 처리능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구글과 오픈AI가 한국어, 일본어 등의 언어 처리능력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AI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생성형 AI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보유한 미국은 중국과의 AI 경쟁 등이 심화되면서 적극 규제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CEO는 미국 의회의 첫 'AI 청문회'에 참석, 미국 주도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더 빨리 발전하고 미국 산업은 뒤처질 수 있다"면서 "규제는 우리나 구글 등 선두에 있는 소수에 있어야 하며, 소규모 스타트업의 속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AI 규제 논의가 시작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이제 출발선에 선 한국형 AI의 기술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