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왼쪽 네번째)과 임직원들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채점도 하지 않은 600여 명의 국가자격시험 답안지가 공공기관의 실수로 파쇄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연수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필답형 답안지가 파쇄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황당 실수'
해당 시험장에서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수험자 609명이 시험을 치렀으나 시험 종료 후 답안지는 인수인계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해 공단 채점센터로 옮겨지지 않고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이날 시험을 치른 직후 공단 서울서부지사에는 16개 시험장의 답안지가 18포대로 나뉘어 옮겨졌다. 답안지는 모두 금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연수중 시험지는 직원의 실수로 금고 옆에 있는 창고로 옮겨져 17포대만 입고됐다. 이튿날인 지난달 24일 금고 안의 답안지는 다른 지역에 있는 채점실로 보내졌으나 채점실 관계자는 18포대의 답안지 중 누락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을 치른 지 한 달 가까이 흐른 지난 20일, 본격적인 채점을 시작한 이후 사고 발생 사실이 확인됐으나 이미 609명의 수험자 답안지가 파쇄된 뒤였다.
609명에 전원 사과하고 후속대책 설명
공단은 609명 전원에게 개별 연락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며, 수험자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 달 1∼4일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공단은 당초 예정된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달 9일에 시험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내달 1∼4일 시험을 볼 수 없는 수험자는 내달 24∼25일에 치를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합격자 발표는 내달 27일 이뤄진다.
또 공단은 609명에게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추가 보상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들 중 재시험을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수수료를 전액 환불할 방침이다.
공단은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히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 시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재점검할 예정이다.
공단 어수봉 이사장은 이날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단이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준 점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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