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사무총장 등 4명 연루
감사원 감사와 수사 받아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과 정우택·조은희 의원이 북한의 해킹 시도와 사무총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전·현직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등 4명의 자녀에 이어 지역 선관위 간부 자녀 2명의 경력직 채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절차였다"고 주장했지만, 국민 눈높이로 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다른 기관의 감독과 감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선관위가 어떤 비위를 저질러도 찾아내서 처벌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런 특권 아닌 특권을 이용한 선관위의 월권과 오만은 일찌감치 여러 번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특혜채용도 그런 치외법권적 의식 속에서 저질러진 것이다.
선관위 공무원 강령에 따르면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결재 시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신고를 하게 돼 있지만 4명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선관위 운영을 사실상 책임진 사무총장까지 가담해 채용을 '셀프결재'했다고 하니 전체가 한통속의 비위조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감사원 등의 외부감사를 거부하고 셀프감사를 하고 있다. 똑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무슨 자체감사를 하겠단 말인가. 선관위는 당장 국민 앞에 사죄하고 감사원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 감사로 끝날 게 아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 마땅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법관이 당연직으로 맡는다. 현 위원장은 노태악 대법관이다. 노 위원장은 직접 나서 근절방안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선관위는 한 해 4000억원 넘는 예산을 쓰고 지역 선관위를 거느리며 직원이 3000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이다. 선거가 사시사철 있는 것도 아니니 업무 강도도 다른 행정기관에 비해 낮은 무사안일의 조직이다. 조직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독립과 중립을 내세우지만 도리어 이념적 편향성을 의심받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소쿠리 투표'라는 전근대적 행태를 보여 유권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선관위의 무능과 부패, 일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북한이 해킹을 대놓고 하는데도 뒷짐을 지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가 보안기관의 점검을 받으라고 했지만 정치적 중립 운운하며 거부하다가 얼마 전에야 마지못해 수용했다. 북한의 해킹건수가 무려 4만건에 이른다고 하니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선거도 조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국가의 핵심기관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우선 이번 채용비위와 북한 해킹 문제부터 마무리 지은 뒤 조직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법관이 위원장인 독립기구이므로 결국은 위원장의 개혁 천명을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수사를 받고 수형생활을 하는 마당에 수사의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공수처든 검찰이든 이번 특혜채용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진상을 낱낱이 규명한 뒤 선관위원장은 조직쇄신책을 국민 앞에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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