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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도 못타는 어머니"...자식이 낸 헌법소원[서초카페]

헌재, 이동편의 증진법 입법부작위 위헌소송서 만장일치 위헌 결정
휠체어 못타고 누워서 이동하는 '와상 장애인'
휠체어 탑승설비 마련 규정은 있지만
와상장애인 탑승설비 규정은 없어
헌재 "국가 의무 제대로 이행했다 볼 수 없어"

"휠체어도 못타는 어머니"...자식이 낸 헌법소원[서초카페]
선고 앞둔 헌재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2023.5.25 ondol@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와상 장애인)을 위한 교통 탑승설비 규정을 만들지 않은 국가는 자신의 입법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25일 A변호사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6조3항에 대해 제기한 입법부작위 위헌소송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법 공백 등을 감안해 2024년 12월 31일까지를 입법 시한으로 설정했다.

지난 2019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약 3년7개월 만의 결론이다. 청구인인 A변호사는 심한 뇌병변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동거하는 가족이다. 그의 어머니는 휠체어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인데, 이들을 위한 탑승설비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A변호사 주장이다.

입법부작위는 입법자가 입법 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을 말한다. 진정 입법부작위와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나뉜다. 진정 입법부작위는 입법을 하는 주체가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대해 전혀 입법을 하지 않는 행위를, 부진정 입법부작위는 입법주최가 입법은 했지만 그 실질적 내용에 대해 부적절하거나 또는 불완전하게 입법을 해 법률에 흠결이 있는 경우다.

다소 말이 어렵지만, 생각보다 빈번하게 제기되는 위헌소송이다. 진정 입법부작위, 즉 법안 자체가 없어 내 법적 권리가 침해를 받았다고 판단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에 의거해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제기가 가능하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 절차가 있다면 그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 부작위 입법부작위의 경우는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을 통해 법률 위헌성을 다퉈야 한다.

이번 심판대상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6조3항은 특별교통수단에 교통약자가 휠체어를 탄 채 승차할 수 있는 휠체어 리프트 또는 휠체어 기중기 등의 승강설비, 휠체어 고정설비 및 손잡이를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A변호사는 장애의 정도가 더 중한 와상 장애인 등을 위한 탑승설비에 관한 사항은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표준휠체어만을 기준으로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특별교통수단에 장착되는 휠체어 탑승설비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며 A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누워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별도 규정한다고 국가의 재정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위한 특별교통수단 도입 등을 계획 중이지만 제정이 시급한 만큼 계획이 있다는 사정 만으로 제정 지연을 정당화하기도 어렵다"라며 "이 법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달리 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결론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