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비행단, 女상관 성희롱 노트
9개월에 걸쳐 외모평가 등 '집단 희롱'
군 전투비행단 당직대 병사들이 인수인계 장부인 '신송노트'에서 벌인 성희롱 / 유튜브 'CBS 김현정의 뉴스쇼'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공군 전투비행단 병사들이 여성 상관들을 장기간 성희롱하는 노트를 작성해 온 사건에 대해 추가 폭로가 나왔다.
공군의 '계집파일'을 발견하고 상부에 처음 보고한 A씨가 성희롱 발견 경위를 비롯해 여성 간부들을 성희롱한 추가 자료에 대해 지난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밝혔다.
당직자 인수인계용 장부에 일부기간만 삭제
인터뷰에 따르면 A씨가 성희롱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A씨는 '신송노트'라는 파일이 일부 기간에만 삭제된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명 '계집파일'을 발견했다. 신송노트는 일종의 당직자 인수인계용 장부로, 교대로 당직 상황 등을 정리해두는 파일이다. 당직 때 병사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컴퓨터에 보관되어 있다.
A씨는 "(신송노트가) 원래는 매 연도마다 삭제되는 것 없이 전부 다 보존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21년도 11월부터 해당 기간 신송노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라며 "친한 선임 병사가 비어 있는 기간의 파일을 보여줬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봤다"라고 말했다.
여성 간부를 '아가씨'라 비유.. 피해자만 8명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9개월간의 신송노트에는 여성 간부들의 이름과 사진, 휴대전화 번호, 직책, 소속 등과 함께 외모를 평가하며 집단 성희롱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피해자들의 사진과 연락처 등은 공군 내부망에서 빼온 것이다.
A씨는 자신이 기억하는 피해자만 8명이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자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는 "'계집파일’ 속에는 짧은 치마를 입거나 노출이 심한 무대 의상을 입은 아이돌의 몸과 여간부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부터 간부 사진 위에 그림판으로 낙서를 해놓은 사진까지 있었다고 한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신송노트 내용을 보면 ‘아가씨’라거나 이런 것에 비유를 했으니까 어떤 지저분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몇몇 사악함의 문제 아닌 군 문화의 문제"
A씨는 해당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내용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일단 주된 가해자로 보이는 사람이 이미 전역한 병사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징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간부들이 사악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라 군대 문화가 폭력을 덜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걸 정말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몇 명의 사람들이 사악했기 때문이다’라고 정리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어떤 모습이나 군대의 문화, 이런 것들이 결국 바뀌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공군은 신고를 받고도 보고를 지연한 간부 3명을 징계 입건하고, 관련자 조사에 착수했다. 또 신송노트를 작성한 것으로 신고된 전역 병사 1명은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22일 민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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