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개딸' 둘러싼 내홍 조짐
개딸 전엔 '문파'로 갈등 겪기도
"팬덤 정치 하루이틀 일 아냐"
"감수 필요하나 과열은 자제해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3월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뜻이다. 2023.03.03. bjk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문자테러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통합을 강조하는 당의 기조와는 달리 개딸을 바라보는 계파 간 시각차로 민주당의 쇄신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야권을 종합하면, 친명계에서는 악성 문자의 발신인을 개딸이 아닌 '이간계'라고 규정하고 "개딸의 악마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개딸과 결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적극 대응을 요청했다.
"문자폭탄? 예전에도 있었다"
개딸과 같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은 최근에서야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문자폭탄'은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을 기점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문파(文派)'들의 문자 세례가 시초였다.
당시 문파들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 메시지를 내는 이들을 향해 문자 폭탄과 SNS 댓글 테러를 행했다. 경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들의 문자폭탄은 2021년 4·7 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당의 쇄신을 외친 청년세대 초선 의원들의 기자회견을 두고 정점에 달했다. 당시 이들 의원들은 재보선의 원인이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들에게 있으며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이들을 '초선 5적'이라 칭하며 문파들의 비난 문자와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당시에는 '비문'이라는 이유로 문파들의 악성 문자를 많이 받았다. 그때 하나하나 차단하다보니 2000명이 넘었다"며 "지금 비명계 의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회상했다.
'개딸' 수렁 빠진 민주, 향방은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당의 쇄신을 주장했다 맹폭을 받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의 상황과 멀지 않다. 이동학·박성민 전 최고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은 지난 12일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을 두고 지도부를 향해 비판과 쇄신의 목소리를 낸 후 개딸들로부터 문자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형 카톡방에 번호나 신상이 노출이 되면서 모르는 사람들이 그 방에 저희를 초대해 욕설 또는 해명을 요구하는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해야 되나 생각까지 들었던 성희롱적 발언도 있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홍영표 의원이 "쇄신을 주장한 청년 정치인을 의원들이 지켜주자"는 취지의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해당 결의문에는 30여명의 의원이 동참했으나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의총이 끝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유튜브 방송 때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당 대학생 위원회나 청년 정치인들을 향한 폭력적 표현은 우리 당과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라며 "분명히 말씀드린다. 더 이상의 부당한 내부 공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명계 의원들도 '개딸과의 결별'을 촉구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악성 문자를 공개하며 "이재명 대표는 이걸 보고도 강성 팬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신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자의 발신인이 당원이 아닌 것이 밝혀지며 친명계에서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계파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덤 정치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이들을 단속하거나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선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지지층의 과열을 막으며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팬덤 정치와 그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굉장히 오래됐다"며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은 자신의 세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극렬 지지층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가야 하지만 이렇게 너무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대중이 흥분했을 때는 자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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