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시만 제가디쉬 美에머리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美 인플레 유발 원인 중 식품·에너지 비중 상대적으로 작아
에너지 영향 큰 EU만큼 높지 않아… 연준 통화정책 선회 임박
단기적으로 큰 금리인상 없이 향후 2년간 3.1%까지 내려갈 것
자본시장지수·기업 수익잠재력 나란히 가는 추세
변동성도 코로나이전 수준 근접… 평균치 성과 기대해 볼만
나라시만 제가디쉬 교수는 현재 미국 에머리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투자론, 자본시장, 모멘텀 전략의 전문가로 저명한 학술지에 많은 영향력 있는 논문들을 출판했다. 재무학 최고의 학회지인 '저널 오브 파이낸스' 부편집장을 지냈다. 그의 연구는 이코노미스트, 비즈니스위크, 포브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에 소개되었다. 인도공과대학(IIT) 에서 기계공학 학사, 인도경영대학(IIM)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재무학 박사를 취득했다. UCLA와 일리노이대에서 재무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피벗은 임박했다" "인플레이션은 2~3년 안에 미국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대로 내려올 것이다." 미국 에머리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나라시만 제가디쉬 교수의 전망이다. 투자론과 모멘텀 전략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제가디쉬 교수는 1.75%p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에 대해서는 "금리차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다음은 주요 이슈에 대한 질의응답.
노준기 교수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 학사, 미시간대에서 통계학 석사와 전기공학 박사, 에머리대에서 재무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에 재무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담 = 노준기 美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경영대학원 교수
―현재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은 지난해 9.1%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는 빠르게 약 5%로 줄어들었다. 유럽연합(EU)은 약 10%로 최고치에 도달한 이후 현재 7.5%로 줄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은 이 두 경제권역의 경우에 다소 다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약 3분의 1은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하며, 나머지 3분의 2는 식품 및 에너지 이외 품목의 가격 상승을 반영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이다. EU의 인플레이션은 반대의 경우다. 3분의 2는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 3분의 1은 근원요인에 바탕이 된 인플레이션이다. EU의 경우 에너지 가격은 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 EU 권역 내 유럽 국가들의 높은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때문이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7월 6.3%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현재 14개월 만에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 한국은 미국과 EU만큼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기간 미국과 EU만큼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언제 피벗(pivot)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연준의 피벗은 이미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최근 금리인상 이후 단기적으로는 큰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3월에 발표된 연준의 전망에 의하면 미 연방의 기준금리가 2023년에 5.1% 수준에 머물고, 향후 2년 동안 4.3%와 3.1% 수준으로 순차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아주 견조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투자 및 주택수요 감소 등으로 추후 노동시장은 상황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준의 추가적인 긴축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연준의 목표대로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나.
▲2~3년 내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점진적으로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자본시장의 기대 역시 이 예측과 일치한다. 미국의 중기 재무성 증권(T-note)과 물가연동채권(TIPS)의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이들 수익률의 차이는 자본시장의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는 2.5% 수준에, 그 이후에는 2%에 도달할 것을 예측한다. 한국은행은 1월 이후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한국은 낮은 유가에 힘입어 미국과 EU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에 대한 향후 전망은.
▲자본시장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항상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멀티플(valuation multiple)을 통해 자본시장지수가 기업들의 수익잠재력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기본적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선행(forward) P/E는 18인데, 이는 최근 10년의 평균치인 17.3과 5년의 평균치인 18.6의 중간값에 해당한다. 따라서 평균적 자본시장의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시장의 변동성 또한 이 예측과 부합해 보인다. 현재 변동성지수(VIX)는 17% 정도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다.
―한미 금리차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양국 간의 금리차가 한국의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가지 정도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금융효과(financial effect)로, 양국의 금리차로 인해 한국에 대한 미국 투자자의 투자매력도가 감소할 것이다. 두 번째는 환율효과(exchange rate effect)다. 최근 몇 년 동안 원화는 미국 달러에 비하여 약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한국 상품은 미국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었다. 따라서 한국 제품의 미국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 교역국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두 번째 환율효과가 첫 번째 금융효과에 비해 한국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세 번째는 소비효과(consumption effect)다. 미국의 개인소비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이러한 개인소비 호조는 최근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의 주요한 버팀목 중 하나로 꼽힌다. 휴대폰, TV, 자동차 같은 내구소비재에 대한 미국 내 강한 수요는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지방은행의 파산 원인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는 적절한 금리 리스크 관리시스템이 없는 은행의 교과서적 사례다. SVB 및 파산한 다른 미국 지방은행들은 금리관련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은 채 단기자금을 이용해 장기채무증권에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금리를 4~5% 인상했을 때 이런 은행들에 문제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SVB 예금은 미연방예금보험공사 (FDIC)에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경고음이 나왔을 때 많은 벤처회사들이 그들의 예금을 인출했고, SVB는 타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위해 자산에서 벌어들인 것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지방은행 파산이 은행권 전체의 리스크(systemic risk)로 악화될까.
▲SVB 혹은 파산한 다른 미국 지방은행의 경우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을 유발하긴 했지만, 이런 문제들이 금융권 전체의 시스테믹 리스크로 확장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은행의 자산가치가 부채보다 하락했지만, 건전한 다른 은행들이 저비용으로 파산한 은행들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을 사들일 수 있었다. 연준이 이미 인정한 대로 SVB는 일부 위험신호에 대해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는 못했지만, 추후 구제금융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 연준이 비슷한 사례에 대해 더욱 경계를 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이러한 실패사례들이 미국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은행도 은행감독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발전은 금융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기계학습(machine learning·머신러닝)과 AI는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 관리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들을 잘 활용하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그렇지 못한 다른 투자자에 비해 뚜렷한 경쟁우위를 가질 것이다. 예를 들어 펀드매니저는 AI 모델을 사용하여 휴대폰 위치정보 및 신용카드 거래 수준의 데이터를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투자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들을 추출할 수 있다. 이들은 이렇게 추출된 정보를 이용해 소매점의 유동인구를 모니터링하고, 소비자가 정확히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판단, 기업의 미래의 실적이 더 좋거나 나쁠 가능성을 예측하여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AI가) 투자 전문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평균적인 뮤추얼펀드 매니저는 과거 수십년 동안 시장을 이기지 못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뮤추얼펀드 전체의 성과는 변할 가능성이 많다. 기계학습과 AI를 잘 활용하는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는 이점을 가지겠지만 장기적 이점이 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은 자본시장 전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자본들이 인덱스(Index) ETF나 인덱스 뮤추얼펀드로 이동하고, 뮤추얼펀드의 수수료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바이사이드(buy-side) 애널리스트에 대한 보상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일반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효율적인 시장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액티브(active) 뮤추얼펀드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는 지난 20년간 수수료가 1%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뮤추얼펀드 투자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액티브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0.1% 미만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덱스ETF를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사실이 일반투자자들에게 더욱더 분명해질 것이다.
―고빈도 트레이더(high frequency trader)의 경우는 어떤가.
▲고빈도 트레이더들은 우수한 퀀트 모델링(quant modeling)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계학습과 AI 발전을 자본시장에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에 따라 고빈도 트레이더들은 최신 트레이드 알고리즘들을 개발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러한 고빈도 트레이더들의 활동은 일반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많은 고빈도 트레이더들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가 주식을 사거나 팔 때 고빈도 트레이더들은 전통적인 유동성 공급자들과 경쟁함으로써 더 나은 가격에 일반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반투자자들은 낮아진 유동성 비용을 지급함으로써 이득을 보게 된다. 물론 자유자본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러한 고빈도 트레이더들의 활동이 전통적인 유동성 공급자들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다.
―정부가 자본시장에서 AI 사용을 규제해야 하나.
▲이러한 규제들은 빅데이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전통적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반투자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결국 유용한 데이터 수집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더 높은 수수료를 통해 증가된 비용을 일반투자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빈도 트레이더의 거래에 대한 수수료 부과나 다른 종류의 정부 규제도 자본시장에서 유동성 제공을 위한 경쟁을 악화시키고, 결국은 일반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하지 말아야 하나.
▲잘못된 정보를 억제하거나 차단하는 정부 규제는 일반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주가조작 세력들은 여러 가지 교활한 전략들을 사용해왔다. 기술발전으로 이러한 주가조작 세력들은 이제 기계학습과 AI를 사용하여 피해자를 미세하게 타기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뉴스와 유사한 가짜뉴스를 더욱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AI를 이용해 이제 기업 내부자의 메시지를 정교하게 모방하는 가짜 오디오 또는 비디오 메시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자본시장 생성 이후에 일상적 금융범죄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기술발전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정부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투자자들이 희생되기 전에 적발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강화해야만 한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의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정리=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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