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약 쇼핑몰된 SNS'… 텔레그램 마약상 접촉해보니
만화 캐릭터·연예인 이름 사칭
친숙함 이용해 마약 구매 유도
커뮤니티 만들어 경험 등 공유
정부 통제안돼 수사는 난항
"마약도 위장수사 가능해야"
마약관리 법률 개정안 발의
"처음 해보는 거라 잘 몰라서요…. 뭐가 좋을까요?"
"전담(전자담배) 하시나요? 처음엔 브액이나 떨액이 쉬워서 좋으실 거예요."
"다른 건 어떤 게 있나요?"
"제 프로필 클릭해서 후기방 메뉴판 확인해 보세요. 양천 쪽이면 20분 안에 설치 가능합니다."
마약 공급책 텔레그램 대화 캡처
텔레그램 마약 후기방 캡처
지난 27일 오전 12시40분. 기자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마약상과 나눈 대화다. 파이낸셜뉴스는 주말 늦은 밤 총 3군데 업체와 접촉해 서울 양천구 목동, 강남구 강남역,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마약을 구한다고 문의한 결과 20~30분 사이 설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서 말하는 설치란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내 마약범죄가 증가하며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일반인들이 마약에 접근하기는 날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총 1만8395명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마약 밀수와 밀매, 밀조 등 공급사범도 전년 대비 20.9% 증가했으며 마약류 압수량의 경우 2021년 1295.7㎏으로 2017년에 154.6㎏에 비해 8배 증가했다.
■만화 캐릭터로 "안녕!" 친숙함 이용
학생 등 젊은층 마약사범이 폭증하며 인터넷과 SNS가 마약거래의 온상이 된 가운데, 일반적인 SNS 문화를 가져와 마약 접근의 장벽을 낮추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친숙한 만화 캐릭터나 연예인을 이용해 마약의 특성에 따라 별명을 붙이는 방식이 있다. 10대~30대 젊은층이 모두 알 수 있는 '원피스' '귀멸의 칼날'과 같은 대중적인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기술명을 마약 별명으로 붙이거나 각성효과 세기에 따라 '마동석' 등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부여했다. 실제 구입한 사람들의 후기를 적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마약상들은 텔레그램 등 SNS 프로필에 일명 '후기방'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신이 제공하는 물건의 후기들을 구입자들과 예비구입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판매자가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좌표를 게시해 무료로 물건을 살포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일반 SNS 커뮤니티의 문화를 그대로 마약판매에 이용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입자들 사이 수사 대응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마약범죄에 일반 커뮤니티의 문화가 들어서는 것이 젊은층에 이어 장년층까지 마약 접근성을 낮추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텔레그램 같은 10대·20대들의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마약의 유통·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같은 또래들이 마약을 사용한 경험들을 서로 나누는 현상도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던지기 수법'과 같은 것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사용했지만 50대·60대 사이에서 텔레그램 등 SNS를 이용한 거래는 하지 않았었다"면서도 "현 시대에서는 50·60대 등 중장년층에게도 SNS를 이용한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추적 어려운 '텔레그램', 수사 난항
SNS 발달로 젊은층의 마약 입문 장벽은 낮아진 반면, 수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구글 검색에서 '떨액' '브액' 등을 검색해보니 수십개 마약공급책의 텔레그램 아이디나 다크웹 접속방법 등이 적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의 검색어 필터링은 작동되지 않았다.
마약판매뿐 아니라 유통, 재배까지 사용되는 텔레그램에 대한 제재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텔레그램의 특성 때문에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특정 국가에 기반을 두지 않고 국가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검열이나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이다. 한 포렌식 전문가는 "텔레그램의 경우 대화 자료 등을 요청할 곳이 국내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화방도 참여자 중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장수사' 가능해져야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위장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적이 어려워진 마약수사의 특성상 직접 범죄조직에 잠입을 해야만 공급책·유통책 등을 검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만 활용이 가능하다.
경찰은 SNS에서 현행법상 가능한 함정수사인 기회제공형 수사를 하고 있다. 이미 판매를 하고 있는 공급책에게만 구입자 행세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직접 범죄조직에 들어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수사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수사관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잠입요원(언더커버)으로 활동하며 범죄조직 정보를 수집하는 것까지 허용된다. 국내 법도 수사기관의 행동범위를 넓혀야 이른바 상위 조직인 '상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언더커버를 통해 마약조직 내부에 잠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점조직으로 이뤄진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범죄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경찰관 신분을 위장해 조직 내부 정보를 확인하는 수사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도 경찰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준형 의원은 이달 각각 마약류 범죄 범인체포, 증거수집을 위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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